진화론 / 한규동
영덕 대게가 바다 박물관에 있다
어느 어부의 그물에 끌려 올라왔을 대게
지금까지 잡힌 것 중에는 가장 큰 대게인 모양이다
지나온 슬픔의 긴 시간처럼 다리를 가졌다.
마디의 다리와 홍조 빛 투구를 입고 있다
단단한 투구에 붉은 반점들이 별처럼 박혀 있다
그물에서 벗어나려던 생채기의 흔적
고생대를 지나면서 진화한 긴 다리들
요철이 심한 바닷길을 걸으며
지느러미가 아니면 긴 다리를 가졌다
내가 넘어야 할 바닷길 장애물들
여러 개의 길고 짧은 다리들이
물속의 험한 능선을 한 고개 한고비를 넘을 때마다
바다 밑으로 투시된 물 빛 만큼 진화를 한다.
바다 박물관에 있는 대게는 마치
우주선과 같다.
혹여 지구 밖에서 왔을지 모를 일이다.
나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있다
삶은 생각의 깊이만큼 진화를 폭이 넓어지는
쥐라기, 백악기 훌쩍 지나오며
슬픔처럼 다리가 길어지고 하나씩 늘어났다
점점 길어지는 내 안의 다리들 주체를 못하겠다.
미라가 된 대게에서 홍조 빛 반점이 깜빡인다.
구르지 않는 눈동자 속으로 잠시 빠져 본다
한규동 시인
1960년 경기 가평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보냈다. 명지전문대, 국립서울산업대학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재학 중이다. 1999년 1회 추천, 2003년《문학과 창작》등단을 했다. 시집으로는 동인지「시랑동인신작시집」「비비추의 기다림」「연꽃은 따뜻한 피를 가졌다」「109인 등단 대표시집」 첫 시집 「언어, 젓갈 담그기」가 있다. 1999년 공무원문예대전(총무처)에서「개심사」로 우수상 수상했으며 현재 열린시학회 사무총장 은평구청 근무,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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