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권현형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

시인 최주식 2010. 1. 28. 23:00

 


책 소개

'뜨거움'의 절박한 몸짓을 갖고 있는 시편들 (2006년 천년의시작)

권현형 시인이 첫 시집 『중독성 슬픔』에 이어 7년 만에 더 뜨겁고 세밀해진 시편들을 묶어 『밥이나 먹자, 꽃아』를 출간하였다.
그녀는 시집을 통해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절박한 몸짓들을 그려낸다. 어쩔 수 없이 불안한 실존의 고독과 절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또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들이 시편마다 아프게 스며들어 있다.
삶의 격랑에 대한 권현형 시인의 대응 방식은 이번 시집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혼자 밥을 먹는 저녁」「무우수라는 나무」등의 시에서는 삶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무욕의 방법을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몸짓을 읽어낼 수 있다. 또한 「봄꽃으로 달래다」「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저녁」「한계령」등의 시에서는 타자에의 배려를 통해 삶을 말없이 감싸안는 방법을 보여준다. 삶의 격랑에 대처하는 두 가지의 방법은 모두 인간관계에서 완전한 합일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기되는 고독과 고립을 그녀는 때로 멀리 객관화시켜 바라보면서 때로 따뜻하게 감싸안으면서 극복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백퍼센트의 밀착"이라는 허상을 꿈꾸기보다는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위해 끝없이 몸부림치는 것이기에 그녀의 詩들은 더욱 현실감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살아갈수록 무언가 가슴에 맺히고 울컥 치받쳐 오르다 잦아들기를 반복하는 것, 그러다 끝내 그것들을 내 안에 가둘 수 없어 때로 정신없이 토해버리는 것, 누구나 이런 불안의 그림자를 달고 삶을 살아간다. 권현형 시인의 시편들을 통해 불안의 그림자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권현형 시인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95년 『시와시학』등단. 강릉대 영문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석사, 박사 수료. 시집 『중독성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