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죽순 / 정재록
고향집 대밭에서 따온 죽순을 깐다
껍질을 벗겨낸 자취가 층층이 마디를 이루면서
죽순의 알맹이는 통대를 닮아간다
껍질을 벗은 상아빛 알몸의 죽순을 반으로 가르자
와! 이 칸칸이 살을 지른 마디들
차츰차츰 보폭을 좁혀가다가 소실점으로 사라져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나는 이 생의 밑그림에서
가없이 이어지는 음보의 내재율을 본다
죽순은 이미
칸칸이 공명통이 들어찬 하나의 악기였다
제가 평생 밟아오를 음계를 제 안에 다 품고
안테나를 뽑듯
제 음률의 골격을 세워가는 모금죽毛金竹
죽순은 아직 연골질의 생이지만
차츰 제 안의 칸살마다 골기를 채워갈 것이다
모태로부터 받은 206개의 뼈마다 골수를 채운
내 몸에도 이미 그만큼의 나를 담는 그릇이 있는 거라고
굽혔던 허리 통대처럼 쭉 한 번 펴본다
시집<꽃 등신불>2009. '북인' BOO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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