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콱’이나 ‘툭’이나 봄 / 박연숙
흔하디흔한 감기에 물린 이월 초하루
접힌 약봉지를 펴는데 천리향꽃 졌다는 소식이 왔다
꽃피면 보자는 말이 알약 몇 개로 굴러 떨어진다
혓바늘 돋은 혀 안쪽이 쓸쓸하다
새끼손가락 걸듯
꽃이 나무에 맺히는 동안
향기는 종종 마디를 펴고
제 봉오리를 후비며
‘콱‘ 이나 ‘툭’
달큰하거나 쓰리거나 피를 본다지
꽃이 피는 일은
붉은 입술 짐승을 부려놓았다는 건데
제 이빨을 모두 쏟아 버렸다는 건데
‘콱‘물면 ‘툭’ 터지는 물집처럼
알약 몇 개론 불치인
나무들, 풀지 못한 매듭을 툭툭 끊어 내는 동안
꽃이 피는 질문으로 입안이 가려워지겠다
<시향>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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