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콱’이나 ‘툭’이나 봄 / 박연숙

시인 최주식 2010. 2. 9. 22:27

‘콱’이나 ‘툭’이나 / 박연숙


흔하디흔한 감기에 물린 이월 초하루

접힌 약봉지를 펴는데  천리향꽃 졌다는 소식이 왔다

꽃피면 보자는 말이 알약 몇 개로 굴러 떨어진다

혓바늘 돋은 혀 안쪽이 쓸쓸하다


새끼손가락 걸듯

꽃이 나무에 맺히는 동안

향기는 종종 마디를 펴고

제 봉오리를 후비며

‘콱‘ 이나 ‘툭’

달큰하거나 쓰리거나 피를 본다지


꽃이 피는 일은

붉은 입술 짐승을 부려놓았다는 건데

제 이빨을 모두 쏟아 버렸다는 건데


‘콱‘물면 ‘툭’ 터지는 물집처럼

알약 몇 개론 불치인

나무들, 풀지 못한 매듭을 툭툭 끊어 내는 동안

꽃이 피는 질문으로 입안이 가려워지겠다

 

 <시향>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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