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 / 서영식
- 김명문 할아버지께
아무도 들여다보는 이 없다 한다
드나드는 벌레가 객 같단다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 문짝을 열고
매일 밤 입관 하듯 잠든단다
잠이 길거들랑 끌어내어나 주라고
겨울 방문은 숫제 열어둔다 한다
얼려 죽일 바람도 먼 객이려니
얼어 죽을 일도 없다 한다
그 몸에 빚진 자 하도 없어서
몸에 들일 자 아무도 없다 한다
끼니는 드문드문 찾아와서
명줄만 잇고 가는 객이라 한다
아직 그 몸 떠날 객들이 남아
자꾸 가벼워만 진다는데
그는 그 쪽방의
너무 오래된 객이었다 한다
시집 <간절한 문장> 2009.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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