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객 / 서영식

시인 최주식 2010. 2. 9. 22:28

/ 서영식

- 김명문 할아버지께 

 

아무도 들여다보는 이 없다 한다

드나드는 벌레가 객 같단다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 문짝을 열고

매일 밤 입관 하듯 잠든단다

잠이 길거들랑 끌어내어나 주라고

겨울 방문은 숫제 열어둔다 한다

얼려 죽일 바람도 먼 객이려니

얼어 죽을 일도 없다 한다

 

그 몸에 빚진 자 하도 없어서

몸에 들일 자 아무도 없다 한다

끼니는 드문드문 찾아와서

명줄만 잇고 가는 객이라 한다

아직 그 몸 떠날 객들이 남아

자꾸 가벼워만 진다는데

 

그는 그 쪽방의

너무 오래된 객이었다 한다

 

시집 <간절한 문장> 2009.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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