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요강 / 장순익
시멘트 봉지로 싼 소포 속에서
군대 간 외아들이 보낸 흙 범벅된 옷가지
그 윗저고리 안쪽에 쓴
어머님 전상서에 얼굴을 비비고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울다 숨이 컥 멎던 아주머니
"이러지 말어유 너무 그러시면 아들한테 해론게
한 삼 년 나랏님한티 양자 보냈니라 혀유"
등 다독거리는 엄니 손을 뿌리치며
"그러는 집이는 아들이나 많잖여?"
톡 쏘아 붙이던 아주머니
마루 끝에 앉아 배시시 웃었다
아 글쎄 어제 장에 홍어랑 요강을 샀지 뭐여
양짝 손에 들고 올랑께 팔도 아프고
새 요강인디 어떠랴 싶어 요강에 담아 이구 왔슈
엊저녁에 그 요강을 마루에 놨는디
아침에 홍어를 찾응께 웂잖여
새복참에 오줌 매령게 그냥 거기다 눠 버렸네벼
아까워서 물로 헹궈 쑹덩쑹덩 무 썰어 넣구
고춧가루 벌겋게 지졌더니 먹을 만 합디다
곡기도 끊고 누워 있을 거라
미음을 쑤어 갔던 울 엄니
흰죽사발처럼 싱거워진 얼굴로
소금 안 쳤어두 간간혔지유?
두 과수댁이 허리를 접고 웃을 때
토담 밑에 과꽃들이 일제히 흔들렸던가?
흔들리다 딱 멈췄던가?
시집 <빠이 빠이 철학자여> 2009. 시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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