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홍어 요강 / 장순익

시인 최주식 2010. 2. 9. 22:44

홍어 요강 / 장순익

 

시멘트 봉지로 싼 소포 속에서

군대 간 외아들이 보낸 흙 범벅된 옷가지

그 윗저고리 안쪽에 쓴

어머님 전상서에 얼굴을 비비고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울다 숨이 컥 멎던 아주머니

"이러지 말어유 너무 그러시면 아들한테 해론게

한 삼 년 나랏님한티 양자 보냈니라 혀유"

등 다독거리는 엄니 손을 뿌리치며

"그러는 집이는 아들이나 많잖여?"

톡 쏘아 붙이던 아주머니

 

마루 끝에 앉아 배시시 웃었다

아 글쎄 어제 장에 홍어랑 요강을 샀지 뭐여

양짝 손에 들고 올랑께 팔도 아프고

새 요강인디 어떠랴 싶어 요강에 담아 이구 왔슈

엊저녁에 그 요강을 마루에 놨는디

아침에 홍어를 찾응께 웂잖여

새복참에 오줌 매령게 그냥 거기다 눠 버렸네벼

아까워서 물로 헹궈 쑹덩쑹덩 무 썰어 넣구

고춧가루 벌겋게 지졌더니 먹을 만 합디다

 

곡기도 끊고 누워 있을 거라

미음을 쑤어 갔던 울 엄니

흰죽사발처럼 싱거워진 얼굴로

소금 안 쳤어두 간간혔지유?

두 과수댁이 허리를 접고 웃을 때

토담 밑에 과꽃들이 일제히 흔들렸던가?

흔들리다 딱 멈췄던가?

 

시집 <빠이 빠이 철학자여> 2009. 시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