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법당 / 김부동
땅거미지자
과부거미 한 마리
실젖을 뽑아 밤을 옭맨다
몇 땀씩 얽힌 밤이 숨죽자
거뭇발 어둠의 신경줄은 가들가들
가시털을 밀고 나온 어둠의 촉각에
배티는 공중 법당
사마귀 한 마리 걸려든다
날리는 표창에 독이 발린 사마귀
친친 감긴 거미줄이 고무줄이어라
쏠고 남은 이바돔*을 공양올릴 꾹심으로
돌돌 말아 싸맨 고치솜이 부푼다
가리사니* 묵상에 잠겨
천수치는* 시늉인가 !
― 무에리 무에리수에*
동그랗게 몸을 오므리고
살보시하는 사마귀 위로
가냑한 여덟다리 까풀 벗으며
눈에 핏발을 세우는
거미 법당
짙은 어둠이 처먹은 벌거지들의
후생을 걷어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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