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거미 법당 / 김부동

시인 최주식 2010. 3. 6. 22:42

거미 법당 / 김부동

 

땅거미지자

과부거미 한 마리

실젖을 뽑아 밤을 옭맨다

 

몇 땀씩 얽힌 밤이 숨죽자

거뭇발 어둠의 신경줄은 가들가들

가시털을 밀고 나온 어둠의 촉각에

배티는 공중 법당

 

사마귀 한 마리 걸려든다

날리는 표창에 독이 발린 사마귀

친친 감긴 거미줄이 고무줄이어라

 

쏠고 남은 이바돔*을 공양올릴 꾹심으로

돌돌 말아 싸맨 고치솜이 부푼다

가리사니* 묵상에 잠겨

천수치는* 시늉인가 !

― 무에리 무에리수에*

 

동그랗게 몸을 오므리고

살보시하는 사마귀 위로

가냑한 여덟다리 까풀 벗으며

 

눈에 핏발을 세우는

거미 법당

 

짙은 어둠이 처먹은 벌거지들의

후생을 걷어찬다.

* 이바돔 : <古> 귀한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

* 가리사니 :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만한 실마리

* 천수치다 : 천수경을 읽다

* 무에리수에 : 장님이 점을 치라고 길거리에 다니면서 외치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