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에게 배우다 / 전건호
주식으로 종자돈 날리고
아이들 등록금 납부할 날은 다가오는데
창밖엔 철없는 먹장구름이
장대비를 뿌린다
세상이 절벽같이 막막한 개구리들
몇날 며칠 날을 세워 운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굴
귀청 떨어지게 우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다가
가만, 저게 무슨 소리던가
개굴에 개는 열 開
굴자는 동굴 窟이란 말씀
아무리 꽉 막힌 절벽이라도 틈은 있을 터
오매불망 더듬어 찾다보면
솟아날 구멍 있다는 얘긴데
오십에야 어렴풋이 귀가 열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저 말씀
지뢰밭을 지나왔던 지난날
죽어도 몇 번은 죽었어야 했으나
천신만고가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올챙이 꼬리 떼고 행하는 저 설법
반백이 되어서야 겨우
귀가 뚫려
확철대오 방문 박차고 나선다
시집<변압기> 2010년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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