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조문 / 전건호
출근길 외곽순환도로를 달린다
영구차 행렬이 앞을 막아
졸지에 길 위의 조문객이 되고 말았다
꽉 막힌 도로
엉거주춤 망자의 뒤를 따르며 발을 굴러보지만
마음은 좀처럼 속도를 올리지 않는다
세상사 뭐 그리 바쁘다고
추월을 포기하고 뒤따르다보니
망자와 나 사이에
피치 못할 고리로 얽혀져 있다
한때 서로 몸 기대었으나
낯선 거리 스쳐 지나던 동행이라는 건가
엉거주춤 따라 붙는 나를
칠성판에 누워 지긋이 바라보다
이젠 되었다는 듯
한참 만에 길을 열어주는데
이쯤이면 서로 빚을 갚았다는 건가
도열한 가로수 손을 흔들자
굴뚝 위 흰 연기가
너울너울 만장을 흔들고
낮달이 요령을 잡는다
시집<변압기> 2010년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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