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를 빚으며 / 조춘희
섣달그믐이 가까워 오면
동네 떡방앗집 아저씨
언성이 한 옥타브 높아진다
나란히 줄 세워 놓은 쌀 바구니가
아침밥 먹고 나오면 저만치 밀려있다
얌체 같은 사람들로
뒤로 밀리는 떡쌀 바구니
사는 일
할 말 다 못하고 사는 세상
그만 입 다물고 말았다
떡국에 넣을 만두를 빚으며
속이 터질까 꾹꾹 입을 봉했다
사골 국물에 만두 몇 개 띄어
동네방네 어른들께 떡국을 다 퍼 돌리면
큰솥은 바닥이 나고
남는 건 속 터진 만두 국물
입이 터진 만두
속을 줄줄 흘렸다
나도 속 터진 만두처럼 할 말이 많았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터진 입 슬쩍 돌아앉아 살아가니 그렇지
가끔 화끈대는 속 우당탕 찢고 나와
하고 싶은 말 많았다
시집<꿈꾸는 콩나물> 2010. 다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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