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만두를 빚으며 / 조춘희

시인 최주식 2011. 1. 16. 15:32

만두를 빚으며 / 조춘희

 

섣달그믐이 가까워 오면

동네 떡방앗집 아저씨

 

언성이 한 옥타브 높아진다

나란히 줄 세워 놓은 쌀 바구니가

아침밥 먹고 나오면 저만치 밀려있다

얌체 같은 사람들로

뒤로 밀리는 떡쌀 바구니

사는 일

할 말 다 못하고 사는 세상

그만 입 다물고 말았다

 

떡국에 넣을 만두를 빚으며

속이 터질까 꾹꾹 입을 봉했다

사골 국물에 만두 몇 개 띄어

동네방네 어른들께 떡국을 다 퍼 돌리면

큰솥은 바닥이 나고

남는 건 속 터진 만두 국물

 

입이 터진 만두

속을 줄줄 흘렸다

 

나도 속 터진 만두처럼 할 말이 많았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터진 입 슬쩍 돌아앉아 살아가니 그렇지

가끔 화끈대는 속 우당탕 찢고 나와

하고 싶은 말 많았다

 

시집<꿈꾸는 콩나물> 2010. 다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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