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닭 / 홍순영
날개 달린 족속들은 파닥파닥 날개로 비명을 지른다
잘려나간 머리 대신, 파 채 뒤집어쓴 파닭
토막 난 울음까지도 고소하고 매콤하게 포장된다
프랜차이즈명 ‘파닭에 파무쳐’를
파닭에 파묻혀로 읽기도 하는 난, 종종
닭털에 파묻히는 악몽에 시달리며
옴짝달싹 못하는 닭장의 그 놈 대신
그곳을 뛰쳐나와 ‘나라라 파닭’이 되고 싶고,
암탉들의 소리 없는 출산에
암컷인 나는 ‘미쳐버린 파닭’이 되고 싶고,
나의 자궁 속 알알이 붉은 울음
껍질도 깨지 못한 채 떠내려갈 때
삼키지도 않은 닭 뼈가 목구멍을 막은 듯 울컥거리고,
하수구에 엉킨 머리카락처럼 파 채는 삼켜지질 않고
죽음에도 날개가 달리는 것인지
파닭 한 마리 눈앞에 놓일 때마다
파닥파닥 싱싱한 비명이 날아간다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2011.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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