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리에서 / 김사인
그럴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손 뻗쳐도 뻗쳐도
와닿는 것은 허전한 바람, 한 줌 바람
그래도 팔 벌리고 애끓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살 닳는 안타까움인지도 몰라
몰라 아무것도 아닌지도
돌아가 어둠 속
혼자 더듬어 마시는 찬물 한 모금인지도 몰라
깨지 못하는, 그러나 깰 수밖에 없는 한 자리 허망한 꿈인지도 몰라
무심히 떨어지는 갈잎 하나인지도 몰라
그러나 또 무었일까
고개 돌려도 솟구쳐오르는 울음 같은 이것
끝내 몸부림으로 나를 달려가게 하는 이것
약속도 무엇도 아닌 허망한 기약에 기대어
칼바람 속에 나를 서게 하는 이것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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