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담쟁이 / 정미경

시인 최주식 2011. 12. 29. 22:31

담쟁이 / 정미경


거칠고 구부정한 소나무
밑동 타고 올라
구불구불 서툰 필체로
소나무를 받아 적는다
한 그루 기어이 완독하겠다고
솔향기 솔솔 베껴 그린다

 

소나무는 담쟁이의 노트
푸른 글씨 등걸에 빼곡하다
저 글씨 밑동부터 솥에 고아낸다

 

손마디 거칠고 등 굽은 아버지
평생 오자 탈자 투성이었다
긴 세월 친친 감아 오른 여섯 아들 딸
아버지를 베껴낸 시간도 함께 우려낸다

 

아버지의 관절염
소나무를 휘감은 담쟁이만이 약에 쓰인다    

 

동인지 <글샘> 2011년 8집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가고 나만 / 한미영  (0) 2011.12.29
어머니의 밥상 / 우옥자  (0) 2011.12.29
포장된 슬픔 / 구순희  (0) 2011.11.04
형상기억합금 / 서상만   (0) 2011.11.04
놋쇠요령 / 서상만   (0) 201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