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정미경
거칠고 구부정한 소나무
밑동 타고 올라
구불구불 서툰 필체로
소나무를 받아 적는다
한 그루 기어이 완독하겠다고
솔향기 솔솔 베껴 그린다
소나무는 담쟁이의 노트
푸른 글씨 등걸에 빼곡하다
저 글씨 밑동부터 솥에 고아낸다
손마디 거칠고 등 굽은 아버지
평생 오자 탈자 투성이었다
긴 세월 친친 감아 오른 여섯 아들 딸
아버지를 베껴낸 시간도 함께 우려낸다
아버지의 관절염
소나무를 휘감은 담쟁이만이 약에 쓰인다
동인지 <글샘> 2011년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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