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상 / 우옥자
서너 걸음 늦게 수저를 드신 어머니, 식구들이 남긴 국을 마저 드시고 몇 오라기 나물과 마지막 김치조각까지 차례로 비운 후, 허기진 식사를 달게 마치셨다
'좋고 맛난 것만 먹을 수 있겄냐' 식구들 지청구에도 아랑곳없이 '이 땀 봐라, 모다 귀한 것이여' 곡식 한 톨 푸성귀 한포기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다던, 어머니의 밥상에 평생 바리때 한 벌 놓여있었다
밥상에 수저를 놓는 일을 뒤뜰 장독대에 정화수 올리듯 하셨던 어머니, 늘 가족의 끼니를 염려하시던 어머니가 비로소 온전한 상을 받으신 날, 메밥에 꽂힌 어머니의 숟가락이 눈부시게 빛났다
뒤늦은 음복에 목이 메는 밤, 달빛이 흥건했다
동인지 <글샘> 2011년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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