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포장된 슬픔 / 구순희

시인 최주식 2011. 11. 4. 21:47

포장된 슬픔 / 구순희

 

바다 변두리만 기웃거리는 게는

그 단단한 껍데기 속

창자가 없어

창자 끊어질 일 없다고 하지만

 

아니다

곧장 앞으로 가지 못하는 숙명은

이미 창자가 다 끊어져

더 이상 문드러질 게 없다

 

모래더미 속으로 어린 게가

어미게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어간다

 

생의 부채에 허덕이는 사람이

무심코 걷어찬 바다

바다는 밤낮

집채만한 파도로 게를 덮친다

 

시집 「내려놓지마」2011년 시산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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