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머리 위로 - 방희섭
오늘은 내가 급식당번
반찬을 배식 받아서 교실까지 옮겨 나르는 중에
소시지 하나를 날름 집어먹다가
선생님께 딱 걸리고 말았지
불같이 화를 내시는 선생님 앞에서
나는 가만 생각에 잠기지
코를 막고 소시지를 먹으면
맛이 느껴지지가 않아
그래서 코가 입보다 높이 있는 거야
맛있는 냄새를 맡아도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궁금해서 답답해 죽을 지경이겠지
그래서 눈이 코보다 높이 달린 거고
눈으로 보더라도 맛이 있을지 없을지, 먹을지 말지
머리로 생각하지 않으면 소시지는 더 이상 음식도 아닌 거야
그러니까 눈 위에 머리가 있는 거겠지
제일 중요한 건 말이야,
먹고 싶다고 생각은 하면서 손으로 날름 집어먹지 않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거야
그러니 내가 지금 이렇게 복도에 무릎 꿇고 앉아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들고 있는 거겠지
아이고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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