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로버트 프로스트

시인 최주식 2012. 7. 11. 21:56

[가슴으로 읽는 시]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자연의 연초록은 찬란하지만,
지탱하기 제일 힘든 색.
그 떡잎은 꽃이지만,
한 시간이나 갈까.
조만간 잎이 잎 위에 내려앉는다.
그렇게 에덴은 슬픔에 빠지고,
새벽은 한낮이 된다.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오어진
초여름과 새벽과 떡잎,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갓 나은 송아지와 첫 걸음마를 떼는 어린 아이와 아직 펴지 않은 새 책…. 모두 찬란한 것들이다. 그 앞에서는 몸뚱아리의 기능만으로 작용하던 심장도 전혀 다른 피를 받아들이느라 환해지고 싸해진다. 그 피에 섞여 들어간 것, 찬란한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잊고 사는 천국(혹은 그 이름을 달리하는 세계들)의 그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그것들 속의 어떤 점이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우니 한 번도 가 볼 수 없는 천국(天國)의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그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만 허락되며 세속의 욕망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우리를 살게 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순간일 테니 더구나 그렇다. 지혜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제 것으로 삼는 것이리. 지금 우리들의 '에덴은 슬픔에 빠진' 상태이나 둘러보면 떡잎은 수없이 지속적으로 피어나고 지나가니 순간을 놓치면 영원을 보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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