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노원호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그렇고
작은 풀잎을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준 나무가 그렇고
텃밭의 상추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그렇다
남을 위해
내 마음을 조금 내어 준 나도
참으로 행복하다
어머니는 늘
이런 행복이 제일이라고 하셨다
―노원호(1946~ )
독일 시인 카를 부세가 '산 너머 행복이 있다기에 남 따라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고 노래했듯이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이 시처럼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는지.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그러하듯, 작은 풀잎의 바람막이가 되어준 나무가 그러하듯, 남을 위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일 터이다.
가난하든 넉넉하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행복한 얼굴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면 어느새 우리도 그들의 행복에 수채화 물감처럼 물들고 만다. 무엇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모든 것을 보듬어 안는 착한 동심 때문이다. 아이들은 강아지가 아프면 강아지를 끌어안고 어쩔 줄을 모른다.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으면 다가가서 팔로 꼬옥 안아준다. 서로 다투었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머리를 맞대고 오순도순 노는 게 아이들 마음이다. 아이들은 누구든 따뜻이 감싸 안아 주고 남을 위해 마음을 내어준다. 이런 착한 동심 때문에 유년시절은 모두에게 행복으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우는 개/조지겸 (0) | 2012.07.11 |
---|---|
소나기/나희덕 (0) | 2012.07.11 |
저수지는 웃는다/유홍준 (0) | 2012.07.11 |
장국밥/민병도 (0) | 2012.07.11 |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로버트 프로스트 (0) | 2012.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