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유 화 산 유 화 - 김소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진달래꽃>(1924)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눈길 / 고은 눈 길 - 고 은 -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농무 / 신경림 농 무 - 신경림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 뿐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길 / 김소월 길 - 김소월 -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국화 옆에서 / 서정주 국화 옆에서 - 서정주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견우의 노래 / 서정주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가 는 길 / 김소월 가 는 길 - 김소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또 한 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 신경림 또 한 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살아서 남은 자들은 기쁨에 들떠 창을 열어 따스한 바람을 맞아들이고, 맑은 햇살을 손에 받고, 문득 잊었던 이름 생각나면 짐짓 부끄럽고 슬픈 얼굴을 하고, 밤이면 서로의 몸 뜨겁게 탐하며, 싹으로 트고 꽃으로 피기 위해서, 머지않아 가진 것 다져 열매도 맺어야지, 지..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소리 / 신경림 소리 -떠도는 이의 노래 너는 나를 칼날 위에 서게 한다 너는 나를 불 앞에 서게 한다 너는 나를 물 속에 뛰어들게 한다 한밤에 길을 떠나게 한다 외로운 고장 썰렁한 장바닥에서 진종일 떨며 서성거리게 한다 귀먹은 땜장이 길동무삼아 산마을 갯마을을 떠돌게 한다 지는 해 등에 업고 긴 그림자로 꿈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
날개 / 신경림 날개 강에 가면 강에 산에 가면 산에 내게 붙은 것 그 성가신 것들을 팽개치고 부두에 가면 부두에 저자에 가면 저자에 내가 가진 것 그 너절한 것들을 버린다 가벼워진 몸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훨훨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어쩌랴 하룻밤새 팽개친 것 버린 것이 되붙으며 내 몸은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