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정기세일 / 김선호
세일을 알리는
상수리 잎 한 장이 날아왔다
봄부터 여름 내내 준비한 상품들을
파워 세일 한단다
사은 선물로 신선한 공기도 있다
숲에 들어서니 상수리 나무는
살이 녹아내린 투명한 잎 사이에
탐스러운 열매들을 매달고 서있다
숲은 가끔씩 바람을 일으킨다
재고정리하듯 몸 흔들어
잎과 열매를 떨군다
떨어진 열매 사이에서
두 팔을 휘저으며 실한 열매를 고르는데,
손에 잡히는 건 벌레 먹은 상수리 알들
흥정해 볼 요량으로
나무를 발로 차다가 목 길게 빼고 허공을 보니
하늘이 시원하게 웃고있다
숲을 나서는데 온 몸이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다
덤으로 얻은 잎맥만 남은 나뭇잎이
건조한 내 손바닥 같다
상수리나무는 어느새 새잎 돋을 준비를 한다
시집 <햇살 마름질> 2011년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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