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소설(小雪)입니다 설핏한,
마음에 눈이 옵니다
무릎을 꺾듯이
급기야 폭설이 오고
나무가 쓰러집니다
산이 무너집니다
용서라는 말씀도
이처럼 한없을까요
나뉘어간 길과 길들
처음으로 돌아와
말없이 합쳐지는 한때를
당신에게 부칩니다
―김일연(1955~ )
뒤숭숭한 날은 편지라도 좀 써야겠다. 따뜻한 차를 올리듯, 움츠러든 마음을 눅여줄 글이라도 나눠야겠다. 아, 그러는 중에 눈은 또 올 것이고, 급기야 폭설이 오기도 할 것이다. 서 있는 것들의 무릎을 꺾듯 설국(雪國)을 길게 펼쳐 놓는 날도 있을 것이다.
눈꽃 세상에서는 마음의 각(角)도 스러지며 좀 더 평평해지리. 그렇게 용서라는 말처럼 눈이 한없이 나리면, '말없이 합쳐지는 한때를' 당신에게 부칠 수 있을까. 하면서 보니 곧 소설입니다, 설핏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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