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 안도현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5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철길에 앉아 / 정호승 철길에 앉아 / 정호승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정동진 / 정호승 정동진 /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기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안개꽃 / 정호승 안개꽃 /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 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소록도에서 온 편지 / 정호승 소록도에서 온 편지 / 정호승 팔 없는 팔로 너를 껴안고 발 없는 발로 너에게로 간다. 개동백나무에 개동백이 피고 바다 위로 보르말이 떠오르는 밤 손 없는 손으로 동백꽃잎마다 주워 한 잎 두 잎 바다에 띄우나니 받으시라 팔 없는 팔로 허리를 두르고 발 없는 발로 함께 걷던 바닷가를 동백꽃잎 따라..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니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