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 겨울 사랑 문정희 - 겨울 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2.03
잎새가 길을 낸다 - 채필녀 잎새가 길을 낸다 채필녀 내가 스무살이었을 때, 한껏 차리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나를 쳐다보며 더할 수 없이 흐뭇한 미소를 퍼부었다 마치 젖과 꿀로 만든 향유가 내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듯 했다 내가 너무 짧은 치마를 입고 나서면 동네 사람들이 에구, 이것아 고곳이 다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0.11
서울에 사는 소 - 김룡 서울에 사는 소 김룡 1. 소牛를 키운다. 아파트 거실에서 밤마다 정육점 갈고리에 매달리는 꿈이라도 꾸는 건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몸서리치는 소牛.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아내가 어린 딸과 마주앉아 햄버그를 먹고 있다. 우―우― 눈(目)으로 우는 소牛. 운동장만한 아파트가 시골외양간보다 불편..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0.11
다시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다시 남자를 위하여 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0.11
꽃이 내게로 와서 꽃이 내게로 와서 신갑선 꽃이 내게로 와서 말을 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글쎄 꽃보다 아름다운 게 이 세상에 또 있다면 그것은 꽃보다 더 고와지고 싶고 꽃보다 더 귀여움 받고 싶은 우리들 마음일 게다. 우리도 꽃들처럼 언제나 활짝활짝 웃고 모든 사람들에게 듬뿍 향기를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0.11
인사동 인사동 이생진 인사동에 와서도 인사동을 찾지 못하는 것은 동서남북에 서 있어도 동서남북이 보이지 않기 때문 그렇게 찾기 어려운 인사동이 동은 낙원동으로 빠지고 서는 공평동으로 남은 종로2가에서 북은 관훈동으로 사라지니 인사동이 인사동에 있을리가 없다 종로 1,2,3,4,가가 어우려져 하루 6..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26
종이비행기 - 이선명 종이비행기 - 이선명 종이를 접어 날리는 습관이 생겼다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종이 접어 그대도 바라보고 있을 저 하늘에 그대를 꿈꾸며 나를 보낸다 그대의 마음 가에 닿지 못하고 금새 내 그리움 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기운 사랑만을 쫓아 바닥으로 떨어진 종이 눈물 저 나약한 비행기가 그녀에게 갈..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 노희경 지금 사랑 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 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ㅣ 문정희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 문정희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구절을. 이 나이에 무슨 사랑? 이 나이에 아직도 사랑? 하지만 사랑이 나이를 못 알아보는구나 사랑이 아무 것도 못보는구나. 겁도없이 나를 물어뜯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열 손가락에 불붙여 사랑의 눈과 코를 더..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