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
행 복 - 유치환 행 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
행복한 짝사랑 - 문향란 행복한 짝사랑 - 문향란 알까요? 알 리가 없죠 관심이 가는 쪽은 늘 이쪽이고 당신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언제나 애태우며 사랑하는 건 이쪽이고 당신은 늘 행복한 웃음으로 타인들의 사랑을 받으니까요 알까요? 알 리가 없죠 당신 앞에 서고 싶은 건 이쪽이고 오직 당신의 사랑을 바라..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
지리산 / 김지하 지리산 / 김지하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샆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10
오적(五賊)-김지하 오적(五賊)-김지하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고 풍 의 상 고 풍 의 상 - 조지훈 -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珠簾)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 밤이 두견(杜鵑)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힌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낙 화 낙 화 - 조지훈 - 1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승 무 (僧舞) 승 무 (僧舞) - 조지훈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 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깃 발 깃 발 - 유치환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