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 정호승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9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 길을 걸어갈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9
긍정적인 밥 / 함민복 긍정적인 밥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험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함민..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7
얼레지/김선우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 한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2
참다운 그리움 / 이준호 참다운 그리움 / 이준호 무한정 가슴에 담아놓아 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다행인가. 하늘아래 어디에 선들 우러러 눈 질끈 감고 살며시 떠올려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살아있어 아름다운 까닭이리라. 누구나 기억 한편에 넣어놓고 허물어내지 않는 추억 하나 끌어안고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1
겨울 바람 / 김용택 겨울 바람 - 김용택 - 당신과 헤어져 걷는 길에 겨울 찬바람 붑니다 내 등뒤에 당신이 꼭 계실 것만 같아 뒤 돌아다보면 야속한 바람만 불어댔지요 뜨거운 눈물 삼키며 휘청이는 내 발등 위로 억새꽃잎 같은 눈발이 서성거렸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행여 당신 모습 잡힐랑가 뒤돌아다보면 섬진강 갈대..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2.06
겨울이 오기 전에 / 백창우 겨울이 오기 전에 - 백창우 - 겨울이 오기 전에 얘야,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몇 장의 편지를 쓰자 찬물에 머리를 감고 겨울을 나는 법을 이야기 하자 가난한 시인의 새벽노래 하나쯤 떠올리고 눅눅한 가슴에 꽃씨를 심자 이제 숨을 좀 돌리고 다시 생각해 보자 큰 것만을 그리느라 소중한 작은 것들을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2.06
겨울 연가 / 신달자 겨울 연가 - 신달자 - 한번 더 용서하리라 겨울 이별은 땅끝까지 떨려 설악산엔 이미 안개처럼 눈 덮히고 서울엔 영하로 떨어져 내 창의 울음 커지는 때 한번만 더 용서하리라 5시에 몰려오는 새벽 어둠은 차고 12월의 노을은 너무 적막해 몸속의 뼈는 회초리로 모두 일어서서 심장을 내려치는 영웅적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2.06
겨울 숲에서 / 안도현 겨울 숲에서 - 안도현 -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2.06
겨울 들판을 걸으며 겨울 들판을 걸으며 - 허형만 -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