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 박완호 별 / 박완호 목수였던 아버지는 죽어서 밤하늘 가득 반짝이는 순금의 못을 박아놓았네 텅, 빈, 내 마음에 화살처럼 와 꽂히는 저 무수한 상흔들 시집 <내안의 흔들림> 시와시학사. 2003 65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 박영근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 박영근 낡은 흑백 필름 속 같은 곳에서 쓸쓸히 늙어가는 내가 보인다 한편의 詩를 쓰려면 몇밤을 불면으로 때우는 나를 바겐세일도 하지 못해 백화점 문턱도 넘지 못하는 나의 상품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베스띠 벨리 막 화장을 끝낸 마네킹의 얼굴도 보인다 TV 뉴스 속..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어머니 혹은, 담석증 / 김성용 어머니 혹은, 담석증 / 김성용 자취방 침침한 형광등 아래에서 때를 거른 허기가 3인용 밥솥에 쌀을 씻습니다 콘센트는 110V로 감전되고 밥솥은 마냥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습니다 자르르르 식욕이 방안을 뜸들입니다 인심 넉넉한 주걱이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 한 끼 밥만을 담으면 나머지는 게으른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초여름 / 이시영 초여름 / 이시영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앞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 노오란 꽃잎들을 와르르 포도 위에 쏟아놓는다 그 위를 아무것도 모르는 계집년 둘이 허연 다리를 허벅지까지 드러낸 채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걸어간다 어디서 훅 풀 비린내가 스쳐온다 시집 <무늬> 문지. 1994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별 / 복효근 별 / 복효근 저 등 하나 켜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한 생애가 알탕갈탕 눈물겹다 무엇보다, 그리웁고 아름다운 그 무엇보다 사람의 집에 뜨는 그 별이 가장 고와서 어스름녘 산 아래 돋는 별 보아라 말하자면 하늘의 별은 사람들이 켜든 지상의 별에 대한 한 응답인 것이다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生, 그 환한 충전 / 조은영 生, 그 환한 충전 / 조은영 뻥튀기 기계가 빙빙 돌아간다 노인을 가린 파라솔은 햇발을 당기며 오후를 충전중이다 먼지 쌓인 의자 위, 졸음도 수북이 쌓였을까 잘 마른 옥수수 까그라기를 털 듯 눈을 비비던 노인, 꿈처럼 앞니 두 개로 웃는다 수 년 전 풍 맞은 아내는 아랫목을 차지한 채 일찍 늙었다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오월 / 허림 오월 / 허림 자정이 지나 들어선 여관방에 누군가 흘리고 간 정액냄새가 향기롭다 향기롭지 않다면 섹스란 씁쓸한 비극이리라 밤새워 살아내는 싱싱한 성욕이 부끄럽지 않게 뭉싯거리던 오월, 아카시아 향기 배어나고 있다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꼴림에 대하여 / 함순례 꼴림에 대하여 / 함순례 개구리 울음소리 와글와글 여름밤을 끌고 간다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인데 푸른 기운 쌓이는 들녘에 점점 붉은 등불 켜진다 내가 꼴린다는 말을 할 때마다 사내들은 가시내가 참, 혀를 찬다 꼴림은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 빈 하늘에 기러기..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 나태주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 나태주 나 이미 오래 전에 남의 아버지 되어버린 사람이지만 아직도 누군가의 어린아이 되고 싶은 때 있다 세상한테 바람맞고 혼자가 되어 쓸쓸할 때 그늘 넓은 나무는 젊은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손길을 뻗쳐 나를 감싸 주시고 푸르른 산은 이마 조아려 나를 내려다보며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
아껴 먹는 슬픔 / 유종인 아껴 먹는 슬픔 / 유종인 재래식 화장실 갈 때마다 짧게 뜯어가던 두루마리 화장지들 내 밑바닥 죄를 닦던 낡은 성경책이 아닐까 떠올린 적이 있다 말씀이 지워진 부드럽고 하얀 성경책 화장지! 외경의 문밖에서 누군가 나를 노크할 때마다 나는 아직 죄를 배설 중입니다 다시 문을 두드려주곤 하였다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