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인신춘문예· 시 당선작] 차우차우 / 김진기 [2010 경인신춘문예· 시 당선작] 차우차우 / 김진기 사자개 차우차우 긴 갈기를 바람에 빗질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칠장사 참배객의 발길이 어스름을 따라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 소리 어둠에 몸을 누이면 티베트에서 온 차우차우 몰래 경내를 빠져 나가 칠현산에 오른다 바라보면 멀리 눈 덮인 고..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11
제5회 시마을 문학상 대상작 제5회 시마을 문학상 대상작 저수지 / 최승화 가장자리로 갈수록 보이는 바닥 중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곳에는 살림살이도 투명해 보인다 산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희생을 배경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저수지 가끔 얼어버린 수면 위에는 미라처럼 굳어버린 치어들이 있다 유입된 물의 경로는 다양하다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9
2009년 제2회 '이상(李箱) 시문학상' 수상작 2009년 제2회 '이상(李箱) 시문학상' 수상작 슬픈 공복 / 정진규 거기 늘 있던 강물들이 비로소 흐르는 게 보인다 흐르니까 아득하다 춥다 오한이 든다 나보다 앞서 주섬주섬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슬픈 내 역마살이 오슬오슬 소름으로 돋는다 찬 바람에 서걱이는 옥수숫대들, 휑하니 뚫린 밭고랑이 보이..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9
2009년 제10회 <시흥문학상> 수상작 대상 삽 / 이종섶 오래 쓰면 쓸수록 뾰족한 그곳이 둥그런 엉덩이처럼 변해가는 삽, 처음부터 찌르기 위해 만들어진 삽날은 흙을 갈아엎고 퍼 나르는 동안 닳고 닳아 유순하게 변화되기까지 수없는 세월을 홀로 울며 견뎌야 했다 조금씩 추해지는 표정을 감추려고 찬물로 세수하는 것도 잠시뿐, 쓰레..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9
제9회 산림문화작품 공모전 대상작 제9회 산림문화작품 공모전 대상작 젖은 책을 읽다 / 박종인 별장 앞에 두꺼운 책 한권. 파란 글씨들이 움직인다. 바람이 책장을 넘기고 글자들 저마다 수군거린다 키 큰 나무가 무엇인가 찾아 두리번거린다 손에 침을 묻힌 빗방울 쪽수를 확인한다 이리저리 글씨를 흔들어 본다 마른 글씨들을 찾고 있..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7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 기하학적인 삶 / 김언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 기하학적인 삶 / 김언 기하학적인 삶 / 김언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고 양쪽의 얼굴..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7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작 / 구부러진다는 것 / 이정록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작 구부러진다는 것 / 이정록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차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7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 폭설의 기억 외 3편 / 백상웅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폭설의 기억 외 3편 / 백상웅 1 북받친 사람처럼 눈 쏟아졌다. 녹슨 용골 드러낸 어선은 급한 마음에 뱃머리를 항구로 돌리고 육지를 밀었다. 눈발은 그대 아픈 곳에 관심도 없어 척추 부러진 어선을 껴안았다. 뼈마디 뚫고 솟아오른 엔진이 늙고 비릿하였다. 눈덩이..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7
<15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개심사 애기똥풀 / 황인산 <15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개심사 애기똥풀 / 황인산 개심사 들머리 애기똥풀은 모두 옷을 벗고 산다. 솔밭에서 내려온 멧돼지 일가 헤집는 바람에 설사병이 났다. 개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얼굴 마주보며 괴춤만 내리고 쉬를 하고도 있지만 무리무리 옷을 훌렁 벗어젖히고 부끄러움도 모..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