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詩 155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작 / 구부러진다는 것 / 이정록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작 구부러진다는 것 / 이정록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차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 폭설의 기억 외 3편 / 백상웅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폭설의 기억 외 3편 / 백상웅   1  북받친 사람처럼 눈 쏟아졌다. 녹슨 용골 드러낸 어선은 급한 마음에 뱃머리를 항구로 돌리고 육지를 밀었다. 눈발은 그대 아픈 곳에 관심도 없어 척추 부러진 어선을 껴안았다. 뼈마디 뚫고 솟아오른 엔진이 늙고 비릿하였다. 눈덩이..

<15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개심사 애기똥풀 / 황인산

&lt;15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gt; 개심사 애기똥풀 / 황인산 개심사 들머리 애기똥풀은 모두 옷을 벗고 산다. 솔밭에서 내려온 멧돼지 일가 헤집는 바람에 설사병이 났다. 개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얼굴 마주보며 괴춤만 내리고 쉬를 하고도 있지만 무리무리 옷을 훌렁 벗어젖히고 부끄러움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