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 박제영 거시기 / 박제영 거시기한 맛이 읍서야 긍께 머랄까 맥업시 맴이 짠~해지는, 거시기 말이여 느그 시는 그기 읍당께로 이 고들빼기 맹키로 싸한 구석이나 있으믄 쪼매 봐줄라나 그것도 읍잔여 한마디로 맹탕이랑께 워따 가스내 맹키로 삐지기는 다 농잉께 얼굴 피고 술이나 마시뿌자 내 야그가 그로코..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3
꼬막 삶는 저녁 / 나혜경 꼬막 삶는 저녁 / 나혜경 - 못다 한 말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열려고 하고 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려고 한다 신경전을 벌이다 내 손톱 끝은 부러지고 그는 혀를 깨물었다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한 혀 가만 밀어 넣어주려 해도 꼼짝 않는다 닫힌 마음에 물린 세 치 혀끝에 사나운 슬픔이 살아 있다 마..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3
무장무애無障無礙 무장무애無障無礙 고창 무장 들판 지나다 어머니와 머우 잎 뜯는다 에미야, 받아라 한줌 뜯어 주신 머우 잎 속엔 거뭇거뭇 반점 박힌 것이 반이다 무장무장 눈이 어두워지는 어머니에겐 싱싱한 잎과 병든 잎이 한가지요 조년早年과 노년이 한마음이니 모든 것이 불이不二요 원융회통圓融會通이다 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
술 병 마개 / 박종해 술 병 마개 / 박종해 갇혀 있는 와인의 입술을 열어젖히며 코르크 마개를 따자, 퐁퐁퐁 새떼들이 깃을 치며 퉁겨 오른다. 촘촘한 굴참나무 숲에서 부화한 새들이 뾰족한 부리로 코르크를 쪼으다 갇혀버린 것일까 와인은 발정난 바다의 가랑이 속으로 나를 몰아넣고 단숨에 나를 마셔버린다. 나의 온몸..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
인연이 아니라는 말 / 장만호 인연이 아니라는 말 / 장만호 당신을 보내고 천 년을 살았다는 제주도 비자나무 상록의 활엽을 보네 잎잎마다 바라보는 향이 다르다지만 모두가 젊게 푸르다면 분명 시간의 국경을 넘어온 천 년의 이파리가 저 잎들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혼자서 바라보았을 천 년의 석양과 천 년의..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 서수찬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 서수찬 문을 열고 나오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목련꽃이 너무나 깊게 나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이삿짐을 나르다가 장롱이 안 들어가서 목련나무 몇 가지를 자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때 일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금방 내 옹졸한 속을 알아차립니다 벌써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
장날 / 김창균 장날 / 김창균 파장 무렵 장에 간다 이 골목의 끝에는 어물전이 있어 좋고 저 골목의 끝에는 국밥집이 있어 좋다 어느 날은 뜨거운 수건을 얼굴에 덮고 누워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는 날도 있다. 늙은 애비가 또 저와 같이 늙어가는 아들과 마주앉아 낮술을 마시는 국숫집에 들어 국수를 먹기도 한다 국..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 백상웅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 백상웅 우리 가족의 밥상은 반찬이 적을 때도 첩첩산중. 낫을 휘두르고 괭이질을 해야 건널 수 있었지. 밥상의 가운데는 모닥불을 피워 냄비를 걸었던 흔적. 우리가 둘러앉아 가죽을 벗기고 뼈를 골라내던, 짐승 울음소리를 듣고 벌벌 떨며 오줌을 지리던 자리..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
耳石 / 김지녀 耳石 / 김지녀 이것은 귓속에서 자라나는 돌멩이에 관한 기록이다 귓가에 얼어붙는 밤과 겨울을 지나 오랫동안 먼 곳을 흘러 왔다 시간을 물고 재빠르게 왔다 부서지는 파도의 혀처럼 모든 소리들은 투명한 물결이 되어 나에게 와 덧쌓이고 뒤척일 때마다 일제히 방향을 바꿔 내 귓속, 돌멩이 속으로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
젓나무 열매 / 조현명 젓나무 열매 / 조현명 아내가 숲길에서 품고 온 단단하니 안으로 걸어 잠그고 둥글게 웅크린 그래서 단단한 새알 같은 열매 커다란 접시 위에 놓았더니 제법 향을 내어 거실 가구들이 킁킁댄다 잊혀 질만큼 해가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바람이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아이의 손끝에서 그만 퍽 바스라..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