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가 당신이예요/김용택 그이가 당신이예요/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 ♣ 詩그리고詩/한국사랑詩 2011.01.25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 /김용택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 /김용택 처음 당신을 발견해 가던 떨림 당신을 알아 가던 환희 당신이라면 무엇이고 이해되던 무조건, 당신의 빛과 그림자 모두 내 것이 되어 가슴에 연민으로 오던 아픔, 이렇게 당신께 길들여지고 그 길들여짐을 나는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사코 거부할랍니다. 당신이.. ♣ 詩그리고詩/한국사랑詩 2011.01.25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 ♣ 詩그리고詩/한국사랑詩 2011.01.25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 ♣ 詩그리고詩/한국사랑詩 2011.01.25
형제 / 김준태 형제 / 김준태 초등학교 1,2학년 애들이려나 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 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 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주고 있었다 불알 두 쪽도..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25
경운기 / 배진성 경운기 / 배진성 들판에서는 늘 보리타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미소 주인이셨던 아버지가 벨트에 물려 끌려가던 날부터, 축이 헛도는 천정에서 다시 떨어지듯 우리 식구들은 빈 들판으로 내쫒겼다 발동기 같은 큰 형은 발동기를 뜯어 짊어지고 논둑길을 넘어다녔다 타맥기도, 부러진 아버지 갈비뼈처..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01.25
멀리서 빈다 / 나태주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시집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25
아랫목 / 고영민 아랫목 / 고영민 한나절 새끼 낳을 곳을 찾아 울어대던 고양이가 잠잠하다 잠잠하다 불을 지피러 아궁이 앞에 앉으니 구들 깊은 곳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야옹지다 오늘밤 이 늙은 누대累代의 집은 구들 속 새끼를 밴 채 진통이 심하겠다 불 지피지 마라 불 지피지 마라 냉골에 모로 누워 식구들은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25
대숲소리 / 서하 대숲소리 / 서하 구름이 달을 옆구리 끼고 있는 송광사의 밤은 푸르기만 한데 화엄전 월조헌 뒤뜰 대숲이 애터지게 운다 대숲은 마디마다 바다를 들여놓았나 쓰러질 듯 일어서며 쏴아 쏴아 쏴아 뱉어내는 파도소리에 내 몸이 자꾸 뒤로 쏠린다 탁 풀어놓지 못하고 참았던 울음보따리들 오늘은 모조리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01.25
11월의 숲 / 심재휘 11월의 숲 / 심재휘 가을이 깊어지자 해는 남쪽 길로 돌아가고 북쪽 창문으로는 참나무 숲이 집과 가까워졌다 검은 새들이 집 근처에서 우는 풍경보다 약속으로 가득한 먼 후일이 오히려 불길하였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아직도 지겨운 꿈들을 매달고 있는 담장 밖의 오래된 감나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