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윤오영 달밤 / 윤오영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 수필(신문칼럼) 2010.01.24
양잠설(養蠶說) / 윤오영 양잠설(養蠶說) / 윤오영 어느 촌 농가에서 하루 저녁 잔 적이 있었다. 달은 훤히 밝은데, 어디서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더러 물었더니 옆방에서 누에가 풀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누에가 어석어석 다투어서 뽕잎 먹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 같았다. 식욕이 왕성한 까닭이었다. 이때 뽕을 충분.. 수필(신문칼럼) 2010.01.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 복효근 (시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 복효근 (시인) 이 다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오랜 육탈 후에 나는 어머니의 손가락뼈 하나를 가지고 싶었다. 퇴행성관절염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헝클어져 굳어버린 어머니의 손가락...... 어릴 적 등이 가렵다고 하면 어머니는 내 등에 손을 넣어 쓰다듬어주었다. 긁지 .. 수필(신문칼럼) 2010.01.24
수필 / 피천득 (서울대 명예교수. 수필가) 수필 피천득 (서울대 명예교수. 수필가)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 수필(신문칼럼) 2010.01.24
네가 과메기로구나 / 김인호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수필 네가 과메기로구나 / 김인호 너희들이 꽁치과메기였구나. 덕장에 주렁주렁 한 두름씩 걸려 짭조름한 바람 속을 유영하고 있구나. 청해를 누비며 군무를 추던 그 모습 그대로 박제된 듯 하구나. 너희들은 본디 날렵한 몸매에 감청색 양복, 하얀 와이셔츠를 받쳐 입은.. 수필(신문칼럼) 2010.01.24
태창목재소 / 조동범 (시인이 쓴 산문) 태창목재소 / 조동범 며칠 전인가 퇴역 군함을 수장시키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거대한, 사진 속의 군함은 제 생명을 다하고 가라앉고 있는 중이었다. 뱃머리를 하늘을 향해 치켜든 군함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일생을 바다에서 보내고 바다로 돌아가는 군함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 수필(신문칼럼) 2010.01.24
시금치 한단에 대한 추억 / 이경림 (시인) 시금치 한단에 대한 추억 / 이경림 (시인) 열 세살 때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이야기다. 지금은 아주 번화한 서울의 요지가 되었지만 그 때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빈촌이었던 연세대 부근 쌍굴다리 뒤에 우리 가족이 세들어 살던 집이 있었다. 나는 안동에서 중학교 일학년에 다니다가 모든 것에 실.. 수필(신문칼럼) 2010.01.24
풍경이 있는 에세이- 기차 / 손택수 시인 풍경이 있는 에세이- 기차 / 손택수 시인 보라! 여기 기차 칸의 직선들은 절묘하다. 객실과 통로, 또 기차 안과 바깥 풍경을 이중 경계 짓고 있다. 기차는 그 안팎의 경계선을 품고 경계를 가르면서 달리고 있다. 동해남부선을 타고. 1 여행에의 초대장 기차는 사람의 근육 신경을 자극하는 면이 있는 것 .. 수필(신문칼럼) 2010.01.24
나무 이야기 / 이성복 나무 이야기 / 이성복 수주일 전 아내와 동네 뒷산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내려오는 길에, 그리 크지 않은 소나무 밑둥치에 녹슨 쇠못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현수막 같은 것을 걸만큼 높은 위치도 아니었는데, 거기 왜 그렇게 많은 쇠못이 박혀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손으로 그 못들을 .. 수필(신문칼럼) 2010.01.24
2009년 <실천문학>신인상 당선작 / 박찬세. 김은상 2009년 <실천문학>신인상 당선작 / 박찬세. 김은상 Cold Bird / 박찬세 북극곰이 서쪽 하늘에서 물개를 물어뜯습니다 허연 하늘이 핏물로 더럽혀집니다 자라는 종양을 보고 웃는 짐승을 본 적 있나요 새들이 허공에서 벗어나려고 퍼덕거립니다 물오리들은 얼룩진 강의 지퍼를 열고 동전을 꺼냅니다 꺼..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