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 문병란 희망가 /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0
직녀에게 / 문병란 직녀에게 /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0
직녀(織女)에게 / 문병란 직녀(織女)에게 /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0
호수/ 문병란 호수/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0
인연서설 / 문병란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0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9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 정호승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9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 길을 걸어갈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9
[마음 산책] “자서전, 물고기 잡은 뒤의 통발 같지만 … ” [마음 산책] “자서전, 물고기 잡은 뒤의 통발 같지만 … ” 몇 년 전에 난생 처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그 당황스러움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다. 해인사에서 오랫동안 관여했던 월간지에서 ‘전관(前官) 예우’를 한답시고 이루어진 인물 취재였다. 사진 찍던 사람이 도리어 찍히는 기분인지.. 수필(신문칼럼) 2010.01.09
[마음 산책] “인생은 초침이고, 생명은 코숨이다” [마음 산책] “인생은 초침이고, 생명은 코숨이다” 인생은 거창하지 않다. 인생은 초침(秒針)이다. 시계판을 맴도는 초침의 1초 1초가 쌓여 하루가 되고, 1년이 되고, 인간의 일생이 된다는 의미에서다. 인생초침은 언젠가 멈추기 마련이다. 자신의 인생초침이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 수필(신문칼럼) 201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