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이수익 애월/이수익 제주에 가면 꼭 한번 가보라던 애월, 그 바닷가 마을은 결국 가보질 못했다. 파란 바닷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던 네 말이 무슨 비망록처럼 자주 떠오르곤 했지만 제주가 초행인 아내를 위해서는 성산일출봉과 민속촌, 정방폭포, 산굼부리 등속의 관광명소를 먼저 보아야 했으므로 결국 그..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3.08
나도 그랬듯이/조병화 나도 그랬듯이/조병화 머지 않아 그 날이 오려니 먼저 한마디 하는 말이 세상만사 그저 가는 바람이려니, 그렇게 생각해 다오 내가 그랬듯이 실로 머지 않아 너와 내가 그렇게 작별을 할 것이려니 너도 나도 그저 한세상 바람에 불려가는 뜬구름이려니, 그렇게 생각을 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순간만이..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2.27
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 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이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2.27
어머니의 땅/신달자 어머니의 땅/신달자 대지진이었다 지반이 쩌억 금이 가고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하느님은 사람 중에 가장 힘 센 한 사람을 저 지하 층층 아래에서 땅을 받쳐들게 하였다 어머니였다 수억 천 년 어머니의 아들과 딸이 그 땅을 밟고 살고 있다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2.27
꽃의 재발견 / 김륭 꽃의 재발견 / 김륭 새봄, 누군가 또 이사를 간다 재개발지구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야 코딱지 후비며 고층아파트로 우뚝 서겠지만 개발될 수 없는 가난을 짊어진 양지전파상 金만복 씨도 떠나고 흠흠 낡은 가죽소파 하나 버려져 있다 좀 더 평수 넓은 집을 궁리하던 궁둥이들이 깨진 화분처럼 올려져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30
이삿짐 차 / 조영수 이삿짐 차 / 조영수 이 골짜기 여문 열매들 톡톡 산새들이 먹고, 저 골짜기로 훨훨 날아가 씨를 끙- 응가를 흙이 껴안아 주고, 이 골짜기의 나무 저 골짜기에서 싹 틔우고 저 골짜기의 풀 이 골짜기에서 꽃 피우고 산새들은 이삿짐 차다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30
봉숭아 이사/박방희 봉숭아 이사/박방희 우리 이사는 맑은 날 하고 봉숭아 이사는 비 오는 날 한다. 우리 이사는 이삿짐 차로 봉숭아 이사는 삽으로 한다. 봉숭아 이사 쉽지? 아냐, 뿌리내린 땅과 숨쉬던 하늘까지도 퍼 와야 하거든. 어렵겠다고? 아냐, 둥글고 넓고 깊게 파 한 삽 푸-욱 떠오면 하늘과 땅도 딸려 오거든.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30
이사 가는 날/하청호 이사 가는 날 /하청호 이사 가는 날 헤진 동화책과 낡은 장난감이 서로 눈치를 본다. '나는 데려갈 거야' 헌 책상과 의자도 마음이 초조하다. '나는 영이와 함께 공부했으니까 데리고 갈 거야' 이사 가는 날 모두 모두 눈치를 보며 차에 타기를 기다린다.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30
집게 / 김진광 집게 / 김진광 소라 껍질이 나에게는 훌륭한 집이지요. 이사를 할 때 나는 집을 등에 지고 가지요. 이층에 함께 사는 말미잘도 그냥 옮겨줘요.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30
이사 간 자리 / 안영선 이사 간 자리 / 안영선 옥상의 동그라미 화분들이 살다가 이사 간 자리 큰 화분은 큰 동그라미 작은 화분은 작은 동그라미 몸에 꼭 맞게 집 지어 살다 이사 간 자리 새 집에서도 꼭 맞게 집 짓고 꽃 피우며 살겠지.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