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심히 오늘 태풍으로 우리 아파트에 있는 모과와 은행나무, 꽃사과와 대추나무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더군요. 나도 살아가면서 언제 불어올지 모를 태풍과 싸워 이기려면 내 몫의 인생을 열심히 아름답게 그리고 건실하게 뿌리내려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 익지 않은 파란 은행알로 술 담아 먹으.. ♣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2010.09.02
카지아도 정거장 / 황학주 카지아도 정거장 / 황학주 비 오는 날 바오밥나무 하나만으로 정거장이 되는 모두 점점이 떨어져가고 나 혼자만으로 한 밤기차가 되는 그러한 외로움을 내가 지나간단 말인가 비가 다 들이치는 창 없는 한 칸을 어항에 든 물레방아 같은 집 저 작은 돌집에 기름 불빛을 심고 모조리 배 고프도록 기다리..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시월역(驛) / 손순미 시월역(驛) / 손순미 지네처럼 스르륵 기차가 오네 수수밭머리 새떼들 북천(北天)의 바다를 저어가고 벤치의 늙은이 지친 얼굴에 수고했다 수고했다 석양이 햇빛연고를 따뜻하게 발라주는 가을, 당신은 보이지 않고 우물쭈물 안경을 떨어뜨리는 사이 기차는 떠났네 돌아올 것이다 돌아올 것이다 오지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내가 사는 계절 / 김은자 내가 사는 계절 / 김은자 여름이 채 떠나기도 전 귀뚜라미 한 마리 싱크대 밑으로 스며들어 밤마다 운다 여름내 더운 국수를 끓여내던 부엌에는 귀뚜라미 울음이 앞치마처럼 걸려있고 가장 어두운 곳에 뿌려진 울음 하나 나는 가을 옷을 입고 낙엽 밟는 소리로 밥을 짓는다 사르륵 사르륵 밥 짓는 연기..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어머니의 채소밭 / 신병은 어머니의 채소밭 / 신병은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의 채소밭은 소박하지만 늘 등 푸른 긍정의 이랑이었다. 작은 개울물을 먹고 자란 고추며 부추며 상추며 우엉이며 호박잎이며 가지며 오이며… 아침 저녁으로 어머니의 채소들은 정성과 애정 속에 자랐었다. 반찬투정을 하는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썩는다는 것에 대한 명상 / 신병은 썩는다는 것에 대한 명상 / 신병은 두엄을 져 내면 거기 속 썩인 흔적 환하다 팽개쳐진 것들의 잃어버린 꿈과 상처 난 말들이 오랫동안 서로의 눈빛을 껴안고 견뎌낸 시간, 맑게 발효된 생의 따뜻한 소리가 있다 곁이 되지 못한 시간의 퇴적 속에서 헐어진 채로 낯선 외출을 준비하는 겨울 묵시록, 아직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깊고 푸른 길 / 이구락 깊고 푸른 길 / 이구락 사천만 개펄 속엔 먼 가야시대 토기 묻혀 있다 천 년 동안 곰삭아, 저녁노을에 농익어 토기는 짙은 적갈색이다 수석인들이 고기석(古器石)이라 부르는, 사천만 종포리 개펄 속의 돌이다 종포리 늙은 어부의 집, 바다가 멀리 물러서고 개밥그릇에 노을 혼자 남아 오래 저물고 있다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기자(奇字)의 땅 / 김성수 기자(奇字)의 땅 / 김성수 탁발 나선 스님의 행보를 따르는 듯 달을 품은 산동네 어두워지면서 가등의 불빛이 손을 잡고 글씨를 써간다 간혹 대문에 걸린 방점傍點의 안쪽에선 생가지 타던 매운 눈물에 땟국 절은 얼굴들이 삐걱이는 대문 소리에도 곡을 했다 태엽을 감아도 목 쉰 울음만 토해내는 새,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나는 유배를 꿈꾼다 / 김성수 나는 유배를 꿈꾼다 / 김성수 나는 가끔 포동포동한 돼지들이 품으로 파고드는 나태해진 일상의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유배를 꿈꾼다. 목에 칼을 차고 풀어진 정신을 주리 틀며 강원도 어느 너와집에서 배틀질하며 천이란 천마다 쪽물, 감물, 치자물 들여 널어놓고는 아라리 한 가락 목..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
붉은 웃음 / 김우진 붉은 웃음 / 김우진 3호선 전철 안이 확 달아올랐다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막 하산한 왁자한 웃음이 붉다 북한산을 전철까지 끌고 온 등산객들, 온몸에 붉은 산물이 들었다 왼 종일 산그늘에 앉았다 온 사람들,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마시고 단풍잎보다 더 불콰하다 지하철로 들어선 가을이 승객의 무릎..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