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인 삶 / 김언 기하학적인 삶 / 김언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고 양쪽의 얼굴이 서로 다른 인격을 좋아한다. 피부가 만들어 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8.23
진경산수(眞景山水) / 성선경 진경산수(眞景山水) / 성선경 자식이라는 게 젖을 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새끼라는 게 제 발로 걸어 집을 나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 돈 그래서 돈만 부쳐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글쎄 어느 날 훌쩍 아내가 집을 나서며 -저기 미역국 끓여 놓았어요 -나 아들에게 갔다 오겠..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8.23
섬 / 복효근 섬 /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8.23
오징어 살인 사건 / 방수진 오징어 살인 사건 / 방수진 -메트로 PC방 쟁반위에 마른 오징어가 살갗을 그을린 채 죽어있다 다리 하나 찢어 씹을 때마다 오징어의 한 시절을 떠올린다 매끈한 피부 대신 얼룩만이 남은 너는 한때, 넥타이를 매고 건물을 신나게 헤엄쳤을 것이다 매회 진급 사원 후보 명단에 네 이름이 기록되었고, 아..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8.23
노끈 / 이성목 노끈 / 이성목 마당을 쓸자 빗자루 끝에서 끈이 풀렸다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의 갈래가 많았다 생각을 하나로 묶어 헛간에 세워두었던 때도 있었다 마당을 다 쓸고도 빗자루에 자꾸 손이 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른 꽃대를 볕 아래 놓으니 마지막 눈송이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어 남은 향기..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8.23
카지아도 정거장 / 황학주 카지아도 정거장 / 황학주 비 오는 날 바오밥나무 하나만으로 정거장이 되는 모두 점점이 떨어져가고 나 혼자만으로 한 밤기차가 되는 그러한 외로움을 내가 지나간단 말인가 비가 다 들이치는 창 없는 한 칸을 어항에 든 물레방아 같은 집 저 작은 돌집에 기름 불빛을 심고 모조리 배 고프도록 기다리..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8.23
정지용 / 불사조 정지용 『불사조』 비애! 너는 모양 할 수도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 않는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지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 「행복」이 너를 아조 싫여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을 차지하였더..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8.23
박인환 / 세월이 가면 박인환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8.23
《지금이라도 네 삶을 흔들어라》중에서 - 삶에 절대적인 안전은 없습니다.힘들더라도 불안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십시오. 당신의 행운을 믿고 그 행운을 불러들이세요.행운은 함께 놀 준비가 되어 있는 이에게 은혜를 베풉니다. - 보리스 폰 슈메르체크의《지금이라도 네 삶을 흔들어라》중에서 - ♣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2010.08.16
물비늘을 읽다 / 박정원 물비늘을 읽다 / 박정원 누군가 왔다간다 바람이다 슬쩍 건드려보기도 하고 세게 치고 달아나기도 한다 숨이 잦아들자 강물은 하늘 자리엔 하늘을 구름 자리엔 구름을 산 자리엔 산을 어김없이 품는다 다시 바람이 꽃잎으로 조로록 내려앉자 거꾸로 앉힌 그들 자리에서는 안팎으로 드나들던 독수리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