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종교를 생각하다/최주식 봄날, 종교를 생각하다/최주식 화창하기 그지없는 봄날이다. 홍매화, 진달래가 피고 목련과 벗꽃도 아름다워 오랫만에 야외로 나가는 전철을 탔다. 다들 봄나들이를 나섰는지 전철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몇 정거장 지났을 때 쯤 중년 남성이 특정 종교를 믿어 구원을 받.. 詩評·컬럼(column) 2012.04.21
아지랑이/공현혜 아지랑이/공현혜 아지랑이는 하나 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결코 안아 줄 수 없는 하늘과 땅이 햇살이 쏟아지는 허공에서 서로 무엇이 되게 하고 싶은 것이다 많은 말(言)이 길 잃고 쓰러진 얼어붙은 마음의 땅 깨우고 매장 할 수 없는 온전한 담장 시작점을 알 수 없는 하늘을 달래어 제 .. 詩評·컬럼(column) 2012.04.16
떡갈나무/김재기 떡갈나무/김재기 응달진 산비탈 잡목 사이 우듬지 높은 나무 얽힌 주름에 새겨진 세월이 무겁다 더 많은 햇살을 받으려고 키를 늘리고 가지와 잎을 무성히 매달던 긴 영욕의 세월 바람에 날렸던 티끌 자국이 촘촘하다 바윗돌 피해 이리저리 휘어진 뿌리 절름대며 캄캄한 미로에 발을 내.. 詩評·컬럼(column) 2012.03.27
구겨진 세월/표천길 구겨진 세월/표천길 무거운짐 다 버리고 두고 갈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마음 하나로 여기에 섰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세월 비릿함이 참 좋다 아, 저기 걸려 있는 것은 내 것인데 웬 놈의 세월이 이리 구겨졌다냐 다림질하면 펴질랑가 그럼 내 인생도 번듯 할랑가 구겨진 세월인데 참 쉽.. 詩評·컬럼(column) 2012.03.21
인간(人間)의 성(城)/류희정 인간(人間)의 성(城)/류희정 시 분침 초침 따라 돌고 시침 한 바퀴에 밤 낮 뒤집으며 바닷물 밀고 쓸어 달 바뀌어 춘하추동 나이가 든다. 초침에 가누어진 시공(時空) 초침도 해도 그 자리인데 공간에 시간을 쪼개 도(度)를 더하려 속도 타고 시 다투며 삶을 깨운다. -------------- 스산한 꽃샘.. 詩評·컬럼(column) 2012.03.12
시계속의 자유/윤섭 시계속의 자유/윤섭 죽음과 자유의 초침 공간속에 나는 벌거벗은 채 홀로 서 있다 머리를 높이 들어 하늘을 본다. 고통에 신음하는 눈으로 태양 조각이 떨어져 나의 눈을 가져간다. 양 팔을 벌려 태양을 보며 돌고 돈다. 쉼 없이 돌고 돌아 원을 그리며 나의 자유를 가둔다, 아픈 자유를 감.. 詩評·컬럼(column) 2012.03.04
상여소리/김정가 상여소리/김정가 누울 사람은 더디 오고 소리는 먼저 가 자리에 앉았다 둘러선 산세는 이치에 맞고 정하지 않고 마친 삶이 서러워도 갈 길은 한길이다 앞서 걷는 임의 눈물 받아 목 축이며 시들 줄 모르는 꽃으로 시린 햇살 가려서 덮고 축원이 이끄는 대로 편히 가는 길이 살았으면 더할.. 詩評·컬럼(column) 2012.02.27
도려낸 순간들/이훈길 도려낸 순간들/이훈길 씁쓸한 햇살의 나지막한 음성들이 본질을 잃어버린 입술을 괴롭힌다 흩어져버린 오류의 변질들은 소리의 기억조차 보이지 않고 아스팔트를 굴러다니는 조각난 상처들은 치유의 환상 속에서 발버둥친다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의 외침은 붉은 메아리로 울려.. 詩評·컬럼(column) 2012.02.16
겨울 서정/곽민곤 겨울 서정/곽민곤 겨울 눈이 서리던 날 소담스런 눈송이가 천상에서 내려 앉아 하염없이 대지를 어루만진다. 시린 추위로 메말랐던 퍼석한 도시의 갈증 하얀 송이로 목을 축이니 시나브로 이어지는 대지의 꿈은 은혜로운 축복인양 경건하다. 탐욕과 위선의 한파 속에 날개 없이 .. 詩評·컬럼(column) 2012.02.09
설/오양임 설/오양임 풍요의 찌꺼기를 줍다 떠난 남편의 손수레를 끌며 남루한 겨울을 가는 등 굽은 할미 발갛게 닳은 콧잔등 아래 끌고 끌리며 굴러가는 모지랑이 바퀴는 고물상에 고단한 삶을 내려놓곤 하였다 시린 바람은 돌고 돌아 무르팍 속으로 기어들고 긴긴 세월 속에 쭉정이만 남.. 詩評·컬럼(column) 201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