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오규원(1941~2007)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 詩가 있는 아침 2010.01.08
소’ - 이종문(1955∼ ) 소’ - 이종문(1955∼ ) 소가 우두커니 마구간에 엎드려서 내리는 함박눈을 멍하니……보고 있다 아침에 내리는 눈을, 아침도 아니 먹고, 잎 다 지기도 전에 조금 추워만 지면 첫눈 언제 오려나 기다려졌다. 그러다 쌓인 눈 위 또 눈 쌓이고 생각도 없이 눈이 퍼붓는가 싶으면 이 눈철은 언제 가려나 한다.. 詩가 있는 아침 2010.01.08
두레반’-오탁번(1943~ ) 두레반’-오탁번(1943~ )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 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는다.. 詩가 있는 아침 2010.01.06
내객(來客)’ -서영식(1973~ ) 내객(來客)’ -서영식(1973~ ) 누런 쌀밥을 한 입 떠 넣고 삭은 깍두기를 씹는 밤 오득, 오드득 입 안에서 눈 밟는 소리 들려온다 산 입에 어찌 눈이 쌓였는지 누가 이 몸을 걸으려는지 눈 내리는 겨울 덕장 입 벌린 명태 속으로 걸어가는 싸락눈 같은 눈발이 눈발을 밟고 텅 빈 몸으로 드는 소리 같은 오득.. 詩가 있는 아침 2010.01.05
‘일출’ - 최춘희(1956∼ ) ‘일출’ - 최춘희(1956∼ ) 펄펄 끓는 너를 내 작은 그릇에 옮겨 담으려다 엎질렀다 미처 손 쓸 사이 없이 “앗! 뜨거” 마음에 물집 생기고 상처는 부풀어 올라 활활 제 살을 태우는 소신공양 어제 오늘 지는 해 뜨는 해 보셨는지요. 한 해 가고 오는 것 온몸으로 느끼셨는지요. 상하고 다친 것 불사르.. 詩가 있는 아침 2010.01.01
강설(江雪)’-유종원(773~819) 강설(江雪)’-유종원(773~819) 산마다 나는 새 자취 끊어지고 길마다 사람 발자국 사라졌는데 외로운 배 위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질하는 추운 강 눈은 내리고…… 한 해 마감하며 당나라 절구(絶句)로 꼽히는 이 시 올려놓습니다. 군더더기 다 지우면서도 끝내 저버릴 수 없는 인간 심사의 .. 詩가 있는 아침 2010.01.01
부용산’-박기동(1917~ ) 부용산’-박기동(1917~ ) 부용산 오리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 詩가 있는 아침 2009.12.29
지나가다’ - 김생수(1955~ ) 지나가다’ - 김생수(1955~ ) 대숲에 휘날리는 눈발 검은머리도 흰머리도 지나가다 꽃잎도 낙엽도 언덕도 벌판도 달밤도 별밤도 지나가다 모든 지나간 것들이 처음부터 다시 지나가다 대숲에 몰아치는 눈보라 혜숙이도 금자도 지나가다 모든 형상 있는 것들이 형상 없는 것들이 태어난 것들이 죽은 것.. 詩가 있는 아침 2009.12.28
세한(歲寒)의 저녁’ - 권갑하(1958 ~ ) 세한(歲寒)의 저녁’ - 권갑하(1958 ~ ) 공원 벤치에 앉아 늦은 저녁을 끓이다 더 내릴 데 없다는 듯 찻잔 위로 내리는 눈 맨발의 비둘기 한 마리 쓰레기통을 파고든다. 돌아갈 곳을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눈꽃 피었다 지는 부치지 않은 편지 위로 등 굽은 소나무 말 없이 젖은 손을 뻗고 있다. 간절히.. 詩가 있는 아침 2009.12.27
겨울 그리스도’-김남조(1927~ ) 겨울 그리스도’-김남조(1927~ ) 오늘은 눈 덮인 산야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유리와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냉기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한 추위에 물과 바다의 .. 詩가 있는 아침 200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