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밤나무 아래 서다 [삶의 향기] 밤나무 아래 서다 골목 담장 안에는 석류가 익고 있다. 고운(孤雲) 최치원이 지은 ‘석류’라는 제목의 시가 생각난다. “뿌리는 진흙 사랑 성품은 바다 사랑 / 열매는 진주 같고 껍데기는 게 같아라. / 새콤달콤한 고것 언제나 맛볼까 / 잎 지고 바람 높은 시월이라네.” 석류가 얼른 익기를..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가을바람 [삶의 향기] 가을바람 “저리도록 쓸쓸한 가을바람 / 밤 깊어가도 잠은 안 와 / 저 벌레는 어이 그리 슬피 울어 / 나의 베갯머리를 적시게 하나.” 한국 근대불교의 고승 경허 스님이 쓴 ‘슬픔’이라는 시이다. 요즘 나는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 시를 들여다보고 있다. 처서 지나고 바람이 바뀌었..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참깨꽃 가게 [삶의 향기] 참깨꽃 가게 요즘은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한 시간 남짓 걷고 있다. 함께 걷는 동네 사람들은 대개 나보다 연세가 많다. 늙은 부부도 있고, 모녀도 있고,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는 분도 있다. 아침 산책의 맛은 조용함에 있다. 아침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은 천천히, 묵묵히 걷는다. 이슬은..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여름 산사 [삶의 향기] 여름 산사 며칠 전 절에 다녀왔다. 지게에 뭔가 점점 더 많은 짐을 싣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러다간 한 걸음은커녕 일어서지도 못할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막 부린 뒤끝이었다. 마음이 급체한 듯했다. 그래서 여름 산사를 찾아갔다. 여름산은 몸이 건장했고, 숲은 빼곡..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오는 봄을 나누세요 [삶의 향기] 오는 봄을 나누세요 “공간에서 대지를 향해 손을 내밉니다/ 길들이 멀리 들판으로 나서 들판을 보여줍니다/ 별안간 그대는 대지가 상승하는/ 표시를 봅니다”라고 쓴 릴케의 시 ‘이른 봄’이 생각날 정도로 날씨가 제법 푸근해졌다. 대낮에는 땅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정도다. 한 ..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삶의 향기]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새해 달력을 내건 지 벌써 열흘이 되었다. 흐르는 물처럼 매번 시간은 오고가고, 오늘 아침은 벽두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하루 동안의 마음을 지키는 수의(守意)나 새롭게 마음을 먹는 작심(作心)이나 주먹을 꼭 쥔 마음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새해 벽두에 ..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48> 언 강의 겨울 낚시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48> 언 강의 겨울 낚시 세 가지 파랑새를 찾아서 사람들은 한평생 같은 동화를 세 번 읽는다고 한다. 한 번은 어려서 어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이고 두 번째는 자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읽는 동화다. 그런데 마지막 세 번째는 늙어서 자기 자신의 추억을 위해서 다시 읽.. 수필(신문칼럼) 2009.12.07
12월의 편지 / 이해인 12월의 편지 / 이해인, 詩人 '12월이 되니 벌써 크리스마스카드들이 날아옵니다. 해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 늘 초조했는데 올해는 오히려 느긋하게 웃을 수 있는 나를 봅니다. 이별의 슬픔과 몸의 아픔을 견디어 내며 '아직' 살아있는 것에대한 감동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날 김수환 추기.. 수필(신문칼럼) 2009.12.06
12월의 시(詩) 12월의 시(詩) 12월을 대하니 문득 ‘동짓날 기나긴 밤’을 지새며 임을 기다리던 여인, 조선시대 시인이자 명기(名妓) 황진이가 떠오른다. 그녀의 시조 한 수를 풀어보자. “동짓달 긴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봄 바람처럼 따뜻한 이불속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정든 임이 오신 밤이면 굽이굽.. 수필(신문칼럼) 2009.12.06
[정진홍의 소프트 파워] 소록도의 우체통 [정진홍의 소프트 파워] 소록도의 우체통 #전남 고흥반도 끝자락의 녹동항에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작은 섬이 있다. 면적은 여의도의 약 1.5배 크기. 섬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 지난 3월 초 이 섬을 육지와 잇는 다리도 완공됐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여전히 섬으로, 그것도 마음속의 단절된 섬으로 .. 수필(신문칼럼) 2009.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