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 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 복효근 이 다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오랜 육탈 후에 나는 어머니의 손가락뼈 하나를 가지고 싶었다. 퇴행성관절염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헝클어져 굳어버린 어머니의 손가락...... 어릴 적 등이 가렵다고 하면 어머니는 내 등에 손을 넣어 쓰다듬어주었다. 긁지 않고 쓰.. 수필(신문칼럼) 2010.01.31
황송문의 여름에세이 / 잿물 빨래 황송문의 여름에세이 잿물 빨래 요즈음은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서 빨거나 드라이클리닝 업소에 주어서 해결하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나 어릴 적만 해도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빨래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하이타이''라는 분말을 세탁기 물에 풀고 돌리면 그만이지만, 옛날에는 편리한 .. 수필(신문칼럼) 2010.01.31
달맞이꽃 / 황송문 달맞이꽃 달이 떠있는 때만이 수줍게 피어나 시들면 여인처럼 안쓰러워 산사의 여름밤은 달맞이꽃으로 피어난다. 하얀 소복의 자태로 달이 뜨는 저녁에 피었다가 이튿날 아침까지 밤새도록 팔을 벌리고 서서 정신없이 달을 바라보는 달맞이꽃…. 그 꽃이 없다면 산사의 밤은 무덤 같은 적막에 잠기고.. 수필(신문칼럼) 2010.01.31
황송문의 여름에세이 / 장독대의 풍경 황송문의 여름에세이 / 장독대의 풍경 여인들 애환 가득 서린 곳 울긋불긋 꽃울타리 아른 장독대는 초가집이건 기와집이건 부엌 뒷문으로 통하는 집 뒤쪽에 있기 마련이었다. 명당 풍수설을 긴요하게 여겨서인지, 모든 집들은 대개 뒤로는 뒷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내(河川)가 바라보이는 곳에 앉아 .. 수필(신문칼럼) 2010.01.31
황송문의 여름에세이 / 보리누름 황송문의 여름에세이 / 보리누름 보리서리…그 고소한 맛이란 가슴속에 청보리바람 이는 듯 보리누름은 우리 조무래기들로 하여금 해찰을 하게 했다. 여기에서의 '보리누름'이라는 말과 '해찰'이라는 말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보리누름'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의 철(계절)이라면,.. 수필(신문칼럼) 2010.01.31
분꽃 / 목필균 분꽃 / 목필균 찌그러진 선술집 이순 넘은 주모가 옆구리 터진 고무다라에 분꽃을 심는다 행여 동네 개구쟁이들 손 탈까 찢어진 모기장으로 망을 치고 아침저녁 물주며 쓰다듬는다 흘러온 만큼 술을 파는지 생인손 같이 아파오는 탱탱한 처녀시절 겹겹이 주름진 발자국마다 안주가 되고 술이 되어 흘..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31
주홍거미 / 심은섭 주홍거미 / 심은섭 산 13번지 2부 능선에 주소를 둔 목수는 손질을 끝낸 어망을 허공으로 던진다 하늘이 마름모꼴로 깨진다 하늘 밑에서 초병의 눈초리로 음모를 끝낸 목수 화려한 외출을 하던 하루살이의 몸통으로 허기를 채운다 어망에 걸린 산제비나비의 비문을 세우기도 한다 열대야가 심하던 밤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31
작두콩꽃 / 이가영 작두콩꽃 / 이가영 심줄을 여러 번 끊었다는 작두콩꽃 결국은 시퍼런 잎자루를 탔다 아찔한 그 순간을 보고 놀란 햇살 다리가 후들거려 꽃담에 기대있다 신어머니처럼 따르던 남쪽 바다 끄트머리에서도 혼기가 꽉 찬 딸이 내림굿을 받았다고 한다 그 집 늙은 여자는 물질을 하면서 살았으나 동자처럼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31
산낙지 먹기 / 김기택 산낙지 먹기 / 김기택 한 번도 죽음을 본 일이 없었기에,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죽음은 접시 위에서 살아 있을 때보다 더 격렬하게 꿈지럭거렸다. 죽으면 꼼짝 않고 있어야 된다는 걸 몰랐기에 제 힘과 독기를 모두 모아 거친 물굽이처럼 요동쳤다. 어찌나 심각하게 꿈틀거리던지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