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시편’-박기섭(1954∼ ) 구절초 시편’-박기섭(1954∼ )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 詩가 있는 아침 2009.12.03
저녁에’-김종태(1946∼ ) 저녁에’-김종태(1946∼ ) 우리 마음 어두운 저녁하늘에 불어가는 바람이게 해 주소서. 우리 몸 어두운 저녁하늘 아래 서 있는 나무이게 해 주소서. 아니면 우리의 삶 저녁 불빛 속에 기다리는 아이들의 기쁨이게 해 주소서. 하늘 그림자 땅 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게 어둠. 그런 저녁이 오면 외로움도 .. 詩가 있는 아침 2009.12.03
여름날-마천에서’ -신경림(1935~ ) 여름날-마천에서’ -신경림(1935~ )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불은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밖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말복, 더위도 이제 끝물. 산뜻한 나무 .. 詩가 있는 아침 2009.12.02
그리움’-박건한(1942∼ ) 그리움’-박건한(1942∼ ) 빈 곳을 채우는 바람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나뭇잎 흔들리듯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나니.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아니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게 나를 뒤척이고 있나.. 詩가 있는 아침 2009.12.02
백담사 2’-조병화(1921~2003) 백담사 2’-조병화(1921~2003) 밤이 깊어지니 별들이 하늘에 내려와 목욕을 하더라 하늘은 너무나 넓어서 물장구를 치는 애기 별도 있더라 만해도 별이 되어 백담사도 시도 벗어 던지고 하늘로 목욕을 하러 떠났더라 멀리 한양에서 찾아온 이들, 아랑곳없이. 깊은 밤 백담 계곡 걷자니 별이 물처럼 흐르며.. 詩가 있는 아침 2009.12.02
‘산비둘기’-장 콕토(1889~1963) ‘산비둘기’-장 콕토(1889~1963) 산비둘기 두 마리가 정겨운 마음으로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덥죠. 후텁지근 잠도 제대로 못 이루셨죠. 그럼 짧고 실없어 보이는 이 시 어떨까요. “내귀는 소라껍질/그리운 바다 파도소리여!”라는 단 두 줄 시로 세계 독자 사로잡은 .. 詩가 있는 아침 2009.12.02
집으로 가는 길’-최하림(1939~ ) 집으로 가는 길’-최하림(1939~ )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 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 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 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 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 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 詩가 있는 아침 2009.12.02
입추’-유치환(1908~67) 입추’-유치환(1908~67) 이제 가을은 머언 콩밭짬에 오다 콩밭 너머 하늘이 한걸음 물러 푸르르고 푸른 콩잎에 어쩌지 못할 노오란 바람이 일다 쨍이 한 마리 바람에 흘러흘러 지붕 너머로 가고 땅에 그림자 모두 다소곤히 근심에 어리이다 밤이면 슬기론 제비의 하마 치울 꿈자리 내 맘에 스미고 내 마.. 詩가 있는 아침 2009.12.02
[양상훈 칼럼] 어느 재벌가의 원정 출산양상훈 논설위원 [양상훈 칼럼] 어느 재벌가의 원정 출산 ▲ 양상훈 논설위원 무엇이 모자라고 무엇이 더 필요해 이렇게까지 하는가 이들 탐욕스러운 일부 상류층이야말로 자유민주 최대의 적(敵) 국내 최대 재벌가의 한 사람과 TV 유명 여자 아나운서 출신 부부가 첫째 아들에 이어 둘째 아들까지 미국에서 낳았다. 첫.. 수필(신문칼럼) 2009.12.02
[문화비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미국 대학에서 문화학을 강의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10여년 만에 처음 서울에 왔다고 했다. “이젠 서울이 뉴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내가 죽도록 그리워하던 곳은 이런 데가 아니었는데…. 난 정말 어렸을 때 내가 놀던 골목길을 다시 보고 싶었어.” 새삼 생각해 보.. 수필(신문칼럼) 200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