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 T. 제프란 그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 T. 제프란 그대가 이 세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내 눈에 비친 세상은 더 없이 눈부십니다. 그대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립니다. 세상이 무너져 버린다 해도 그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더 없이 행복 할 것..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10.15
논바닥에 세워놓은 자전거 / 유홍준 논바닥에 세워놓은 자전거 / 유홍준 행복합니다 바퀴가 둥근 자전거가 논바닥으로 내려와 있습니다 농부만큼 낡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지난 여름, 들길 가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유심히 벼논을 들여다보던 사람이 떠오릅니다 농부는 오늘 오전에도 당신이 벨 수 있을 만큼 벼를 베고 휙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10.15
얼굴 / 김경 얼굴 / 김경 흰 옥양목으로 덮어주었던 얼굴 한때 바다로 건너갔던 얼굴이다 잘린 밑동 사이사이 아버지, 등 푸른 들판이 보인다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10.15
한영옥 / 아늑한 얼굴 한영옥 『아늑한 얼굴』 너는 호미 한 자루 고요히 쥐고서 수화기 앞으로 나오는 듯하다 나의 어혈진 목소리 잘 풀려 흐르도록 골을 내어주는 그 아늑한 얼굴이 냇물처럼 흘러와 곁에서 다시 아늑하다 내 목소리가 흐름의 끝으로 잘 가서 고이면 너는 호미자루를 왼 손으로 옮기는 듯하다 네 목소리의..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윤동주 / 별 헤는 밤 윤동주 『별 헤는 밤』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來日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서정주/무등을 보며 서정주 『무등을 보며』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있는 여름 山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김언/만남 김언 『만남』 당신은 초조하게 기다린다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가지만 한쪽 발이 어디로 걷는지 알 수 없다 한쪽 손이 누구를 반기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누군가의 어깨를 건드리고 또 건드리며 나의 발은 제 세계를 뚜벅뚜벅 걸어간다 저 발이 몹시도 생소해 보인다면 나의 걸음을 보라, 무릎 아래..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권혁웅/나무인간 2 권혁웅 『나무인간 2』 방금 골목길을 돌아 나온 목피(木皮)를 보았다 유모차에 폐지를 싣고 가는 저 할머니, 나무가 되어가는 손으로 나무 아기를 거두신다 칭얼대던 2009년생 경향신문이 금세 얌전해진다 나무족(族)들의 하루가 시작이다 햇빛의 삼투압은 여전해서 얼굴을 쓰다듬으면 혈관 있던 자리..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정끝별/황금빛 키스 정끝별 『황금빛 키스』 상상의 시간을 살고 졸음의 시간을 살고 취함의 시간을 살고 기억의 시간을 살고 사랑과 불안과 의심의 시간을 살고 폐결핵을 앓던 시절 한 여자를 사랑한 적 있다 왼팔이 빠진 채 언니 등에 업혀 울면서 누런 소다 찐빵을 먹었는데, 정말로 흰 왜가리를 탔다, 왜가리의 펼친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신달자/열 애 신달자 『열 애』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