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11.06
취해보니 알겠다/김기진 취해보니 알겠다/김기진 취해보니 알겠다 똑바로 걷기보다는 비틀비틀 걷는 것이 쉽다는 것을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올곧게 살기보다는 되는대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을까 취해보니 알겠다 발 따로 몸 따로 걷는 다는 것을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취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11.06
정지용/백록담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진(..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11.04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길을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길게뽑고 두눈을 깊게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있는 저음으로 첼로를켜며비장한 밤의 첼로를켜며 두팔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11.03
여름밤/이준관 여름밤/이준관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11.03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 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11.03
그대/정두리 그대/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10.15
단풍/김종길 단풍/김종길 올해는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작년 이맘때 오른 산마루 옛 성터 바위 모서리, 작년처럼 단풍은 붉고, 작년처럼 가을 들판은 저물어간다.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작년에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 물음. 자꾸만 세상은 저무는 가을 들판으로 눈앞에 떠오르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9.16
지상의 붕새/박무웅 지상의 붕새/박무웅 그날, 백목련이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폈다 구만리장천으로 날아가려는 붕새처럼 날개를 폈다 새벽보다 먼저 하늘을 열고 흰 불꽃으로 날아올랐다 천지사방이 새의 불꽃으로 환해졌다 한 덩어리의 지혜처럼 詩처럼 날아다니는 저 흰 깃털의 불꽃 그날, 내가 본 백목련은 바람에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9.15
사석/박무웅 사석捨石/박무웅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 바둑은 두 집을 지어야 산다고 하셨다 이리저리 고단한 대마를 끌고 다녀도 한 집 밖에 남지 않으면 끝이라 하셨다 대마불사에 목을 걸고 집과 집, 길과 길을 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오궁도화가 만발하여 보기 좋아도 한순간 낙화하면 끝이라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