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거미/박무웅 나도 거미/박무웅 거미는 허공이 바다다 어부가 바다에 그물을 치듯 거미는 허공에 그물을 친다. 건물 모퉁이나 벽과 벽 사이 곡예사처럼 꽁무니에 줄을 매달고 슬픔의 지형도를 그린다. 나비, 잠자리, 매미..... 길을 잘 못 든 날것들의 울음이 간간이 등고선처럼 흔들린다. 비가 뿌리는 거리 아침 가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9.15
가을 억새 / 정일근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9.10
자원봉사를 하다보면/최주식 자원봉사를 하다보면/최주식 자원봉사를 하다보면 자원봉사는 왜 하느냐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나는 그럴때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해지는 것 희망을 꽃 피우는 것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 이웃을 받들고 섬기는 것이라 대답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다보면 자원봉사는 어떤 사람들이 하느냐 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8.21
사십대/고정희 사십대/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7.17
콩나물을 다듬으면서-이향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이향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나란히 사는 법을 배웠다 줄이고 좁혀서 같이 사는 법 물마시고 고개 숙여 맑게 사는 법 콩나물을 다듬다가 나는 어우러지는 적막감을 알았다 함께 살기는 쉬워도 함께 죽기는 어려워 우리들의 그림자는 따로따로 서 있음을 콩나물을 다듬으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7.17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 경 림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 경 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7.17
한 그릇의 밥/나희덕 한 그릇의 밥/나희덕 집에 돌아와 한 그릇의 밥을 푸면서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지금쯤 보충수업에 자율학습에 지쳐 진밥처럼 풀이 죽은 아이들, 희고 고운 얼굴들이 형광등에 빛 바래고 조용히 밥그릇에 담겨 귀가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 빈 자리 몇 개, 누가 도망갔느냐고 윽박지르며 묻고 돌..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6.30
아들아! / 이미경 (2006년 6월 호국보훈의 달 추모헌시 부문 당선작) 아들아! / 이미경 (2006년 6월 호국보훈의 달 추모헌시 부문 당선작) 아들아! 너 없는 이 곳에 꽃이 핀단다. 아들아! 너 떠난 이 곳에 바람이 분단다. 너를 잃고 내가 주저앉은 가슴 속에는 어둠만이 가득한데 여전히 이 나라에는 해가 뜬단다. 여전히 나무가 자라고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노래한단다. 햇..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6.29
하루/박주택 하루 박주택 옷아, 너도 힘드니까 쉬어라 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며 뿌리를 깊게 내리는 날 구두야,너도 애썼다 네가 찍은 무수한 발자국으로 오늘을 이루었다 별이 꽃으로 돋는 밤 거친 파도를 헤치며 먼 곳으로 가는 배를 떠올린다 아침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리라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6.26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정용철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정용철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