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물었더니 - 이순옥 사랑을 물었더니 / 이순옥 사랑이 무엇입니까 꽃들에게 물었더니 겨우내 깊은 어둠에서도 아름다운 외출을 준비하는 생(生)의 욕망이란다 사랑이 무엇입니까 바람에게 물었더니 빈 몸으로 걸림없이 나아가 나무가 되고 풀잎이 되고 종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집착없는 마음이란다 사랑이 무엇입니까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9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8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줄걸 그랬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8
우리집 / 이해인 우리집 / 이해인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8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6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6
목마와 숙녀 / 박인환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6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6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 재 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5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 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한다. 닳은 신발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 쉬지 않는다.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