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만남 김언 『만남』 당신은 초조하게 기다린다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가지만 한쪽 발이 어디로 걷는지 알 수 없다 한쪽 손이 누구를 반기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누군가의 어깨를 건드리고 또 건드리며 나의 발은 제 세계를 뚜벅뚜벅 걸어간다 저 발이 몹시도 생소해 보인다면 나의 걸음을 보라, 무릎 아래..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권혁웅/나무인간 2 권혁웅 『나무인간 2』 방금 골목길을 돌아 나온 목피(木皮)를 보았다 유모차에 폐지를 싣고 가는 저 할머니, 나무가 되어가는 손으로 나무 아기를 거두신다 칭얼대던 2009년생 경향신문이 금세 얌전해진다 나무족(族)들의 하루가 시작이다 햇빛의 삼투압은 여전해서 얼굴을 쓰다듬으면 혈관 있던 자리..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정끝별/황금빛 키스 정끝별 『황금빛 키스』 상상의 시간을 살고 졸음의 시간을 살고 취함의 시간을 살고 기억의 시간을 살고 사랑과 불안과 의심의 시간을 살고 폐결핵을 앓던 시절 한 여자를 사랑한 적 있다 왼팔이 빠진 채 언니 등에 업혀 울면서 누런 소다 찐빵을 먹었는데, 정말로 흰 왜가리를 탔다, 왜가리의 펼친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신달자/열 애 신달자 『열 애』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14
정호승/연어 정호승 『연어』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서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09
이진명(李珍明)/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이진명(李珍明)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나무에 묶여 있었다. 숲은 검고 짐승의 울음 뜨거웠다. 마을은 불빛 한 점 내비치지 않았다.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몸을 뒤틀며 나무를 밀어댔지만, 세상모르고 잠들었던 새 떨어져내려 어쩔 줄 몰라 퍼드득인다. 발등에 깃털이 떨어진다. 오, 놀라..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09
이진명/바다 앞에서 이진명 『바다 앞에서』 울렁거리지 마라 육지 향한 너의 열정 달려오는 건 너이지만 흔들리는 건 나이구나 넘어지며 울어 봐도 닿을 수 없는 것도 있나니 다시금 네 앞에서 지상의 끝점 향한 솟아오르는 그리움은 어머니 숨비 소리 때문이라 소리 지르지 마라 고향 향한 나의 가슴 부서지는 건 너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09
찔레 / 문정희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8.09
조창환 『애인 둘』 조창환 『애인 둘』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미아삼거리까지 벙어리 애인 둘이 쉴 새 없이 지꺼린다 꽃병 든 손 모양 만들었다가 파도 안은 물새 모양 만들었다가 검정 저고리 입고 강 건너편에서 손짓하는 관음보살 닮은 처녀가 말간 암죽 떠먹는 시늉을 한다 트럼펫 부는 소년 모양이다가 얼룩소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20
나숙자 『엄마의 냉이』 나숙자 『엄마의 냉이』 엄마의 마당 귀퉁이 하얀 냉이 꽃이 바람을 붙들고 부신 햇살에 눈을 부빈다. 팔순 노구로 손수 밥상을 챙기시고 남새밭의 푸성귀도 가꾸면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냉이 꽃을 닮았다. 자식들의 소식에 늘 행복해 하면서도 너무 긴 나들이가 행여 욕이 되지 않을지 걱정에 걱..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