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선 『사 랑』 홍용선 『사 랑』 찌는 무더위가 계속된다 한번쯤 소나기가 뿌려지면 얼마나 좋은가 억수장마가 계속되다 하루쯤 활짝 개어주면 또 얼마나 좋은가 늦가을 서리속에서도 노오란 국화꽃이 피어나고 한 겨울 세찬 바람 속에서도 붉은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인생사 지루하고 힘들어도 한번쯤 그대..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15
얼레지 / 김선우 얼레지 / 김선우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 한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12
박윤영 『한가람 있으라』 박윤영 『한가람 있으라』 한가람의 푸른 마음에 헤엄쳐 들어가 본 적 있는가 그대들은 알고 있으리 강에 흐르는 것이 비단 물뿐이 아님을 힘겨운 여정에 지친 해오라기의 날개를 품고 이따금 저보다 더 푸른 하늘도 앉으라하고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불러내어 사랑에 겨운 사람들의 착한 마음..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
이길원 『그리운 날』 이길원 『그리운 날』 바람이 그리운 날에는 선유도로 오셔요 강바람 미루나무 흔들면 그리움 튀우듯 낡은 시멘트 부여잡은 담쟁이 수초 야생화 다투어 피고 철새 날아드는 시간의 정원으로 신선(神仙)인양 구름 잡으며 하늘다리를 지나야 해요 다리 아래는 강물이 흐르고 내 젊음도 지나간 사랑도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
한분순 『놀빛 고(考)』 한분순 『놀빛 고(考)』 골짜기에 핀대서 다 꽃이 아니듯이 제 빛 늘 지녔지만 그냥 산색(山色) 아니듯이 그림자 길게 끄신대서 꼭 밤은 아니다. 질 고운 비단 고르듯 풀섶 지나온 바람, 길목을 지키고 앉아 적요를 즐기노니 활활활 타오른다고 해서 그게 불꽃만은 아니다. < 한분순 시인 > 70년 서울..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
박주택 『강남역』 박주택 『강남역』 그리하여 시간이란 계급을 재편성하는 과정이란 느낌이 들 때 햄버거는 입 속에서 혈관을 터트리고 커피는 저녁처럼 어두워졌다. 순환하는 인간들, 청춘은 중년이 되고 또 다른 청춘은 이곳을 가득 메우며 노년에 이르게 됨을 눈치 채지 못한다. 이십 년 전에도 그랬다, 포장마차가..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
김경식 『논둑길 걸으며』 김경식 『논둑길 걸으며』 고래실논 가로질러 논둑길 걸어 보라 늙은 농부들 한평생에 빚만 낟가리로 쌓여 어거리풍년에도 한숨만 나온다. 그러나 맑은 가난이 그리우면 논둑길을 걸어 보라 논이 언제 거짓말 하던가. 천둥지기 아들들 출세하여 지주 아들의 밥줄을 움켜잡은 자본주의를 희년의 나팔..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
김종해 『바람 부는 날』 김종해 『바람 부는 날』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
오세영 『라일락 그늘에 앉아』 오세영 『라일락 그늘에 앉아』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
허영자 『한강』 허영자 『한강』 세상에는 수많은 강이 있지만 내 나라 은성한 도읍의 맑은 하늘을 싣고 흐르는 강은 한강뿐이리 세상에는 수많은 강이 있지만 북악과 삼각산 푸른 그리매 그 굽힘 없는 기상을 담아 흐르는 강은 한강뿐이리 귀 기울이면 흰 옷 입은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 또 귀 기울이면 먼 내일..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