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뜨는 날 / 이홍섭 물수제비뜨는 날 / 이홍섭 때로 가슴에 파묻는 사람도 있어 그게 서러울 때면 강가에 나가 물수제비나 뜨지요 먼 당신은 파문도 없이 누워 내 설움을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지요 그러면 나도 어린아이처럼 약이 올라 있는 힘껏 몸을 수그리고 멀리, 참 멀리까지 물수제비를 떠요 물..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방랑부(放浪賦) / 김두수 방랑부(放浪賦) / 김두수 나는야 저 향기를 따라 흩날려볼까 흰구름의 저 언덕길을 넘어나볼까 무정무한(無定無限) 무상무극(無常無極) 무심처(無心處), 무궁무진(無窮無盡) 나는 또 다시 웃으며 길을 잃었네 시간의 친구, 저 하늘엔 새가 날고 고립무원의 들녘에 꽃이 피었네 아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롱펠로우/좋은 글 추녀 끝에 걸어 놓은 풍경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 비로소 그윽한 소리가 난다. 인생도 평온만 하다면, 즐거움이 무엇인지 모른다. 곤란한 일이 있음으로 해서 즐거움도 알게 된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괴로운 일.. ♣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2011.11.04
아득하면 되리라/박재삼 아득하면 되리라/박 재 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 ♣ 詩그리고詩/한국사랑詩 2011.11.03
추포도 소금꽃/이생진 추포도 소금꽃/이생진 염전에서 소금물 받아먹고 사는 함초鹹草 짜다고 찌푸리는 일이 없다 심해숙沈海淑씨도 함초 같다 이름 석자가 모두 삼수변이라며 바다와의 인연을 자랑하는 여자 육지에서 시집와 얻은 벼슬 부지런한 여리장女里長 깊은 바다 맑은 물 심해숙深海淑 추포..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11.02
사랑하는 일/최주식 사랑하는 일/최주식 사랑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멋진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사랑을 하거나 무지개가 떴다고 사랑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며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사랑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늘 빛나는 것도 달콤한 향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얼음.. ♣ 詩그리고詩/한국사랑詩 2011.10.30
찰옥수수가 익는 저녁/ 임동윤 찰옥수수가 익는 저녁/ 임동윤 감자꽃이 시들면서 정수리마다 자글자글 땡볕이 쏟아졌다 장독대가 봉숭아꽃으로 알록달록 손톱물이 들고 마른 꼬투리가 제 몸을 열어 탁 타닥 뒷마당을 흔들 때, 옥수수는 길게 늘어뜨린 턱수염을 하얗게 말리면서 잠자리들은 여름의 끝에서 목말을 탔다 싸리나무 울..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10.15
놀고있는 햇볕이 아깝다 /정진규 놀고있는 햇볕이 아깝다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 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는 말씀이 당키나한..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10.15
가을의 소원 / 이시영 가을의 소원 / 이시영 내 나이 마흔일곱, 나 앞으로 무슨 큰일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진즉 그것을 알았어야지!) 틈나면(실업자라면 더욱 좋고) 남원에서 곡성 거쳐 구례 가는 섬진강 길을 머리 위의 굵은 밀잠자리떼 동무 삼아 터덜터덜 걷다가 거기 압록 지나 강변횟집에 들러 아직도 곰의 손발을 지닌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10.15
너의 사랑은 / 조병화 너의 사랑은 / 조병화 하늘에서 밤마다 무수히 반짝이고 있는 별들이 제각기, 제자리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듯이 나무 줄기에서 무수히 피어나 있는 꽃송이들이 제각기 제자리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듯이 바람 부는 넓은 들판에서 무수히 생글생글 고개 흔들며 피어 있는 작은 들꽃들이 제각기, 제자리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