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詩 155

제4회 '서정시학작품상' 수상작 / 어둠의 생김새 / 김경미

제4회 '서정시학작품상' 수상작 어둠의 생김새 / 김경미 모든 육체는 어둠을 틀에 부어 주조해낸 것 어둠의 생김새가 육체를 가르는 것 어둠의 콧날이 좀 더 두툼해지면 분꽃은 나팔꽃이 되고 다리가 길어지면 뱀은 기린의 육체가 되지 어둠의 등에 혹이 돋자 사람들은 그 어둠의 생김새를 가리켜 낙타..

2011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아주 흔한 꽃 / 변희수

2011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아주 흔한 꽃 / 변희수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을 안녕이란 말 대신 쓰고 싶어질 때 쓰레기통 옆 구두 한 켤레 말랑한 기억의 밑창을 덧대고 있다 달릴수록 뒷걸음 치는 배경 박음질 해나가듯 나란히 하나의 길을 꿰고 갔을 텐데 서로 다른 기울기를 가진 한 짝 축을 둥글게 ..

2011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손톱 안 남자 / 송해영

2011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손톱 안 남자 / 송해영 손톱 안 남자 / 송해영 매니큐어 칠을 한 손톱 안엔 내 손톱을 장악한 한 남자가 살고 있다. 자꾸 자기 말 좀 들어보라며 나를 불러들인다. 무시를 할수록 자꾸 성가시게 군다. 귓가에 쟁쟁하게 맴도는 그 말은 달콤한 사탕을 물려주는 유혹..

2011 경인신춘문예 시 당선작 /중세국어연습 혹은 그림 / 오다정

2011 경인신춘문예 시 당선작 중세국어연습 혹은 그림 / 오다정 달력 뒷장을 읽는다 무심한 세월이 쓰고 간 투명한 글씨 위 아버지 長江 한 줄기 그리셨다 마킹펜이 지난 자리 푸른 물결 굽이굽이 배를 띄우랴 가보지 못한 세월 너머로 進進, 언덕으로 포구로 그 어디 너머로 進進 화면 가득 띄우고도 모..

201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은단풍 / 김남이

201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은단풍 / 김남이 은단풍 / 김남이 사원식당 앞 은단풍나무, 어린아이 징검다리 건너듯 갸웃갸웃 자그마한 풍선이 포르르 날며 구르는 듯 조심스레 입 밖으로 걸어 나오는 그 소리 은은하고 맑아서 나중에 ‘은단풍’이라는 딸을 낳고 싶었던 그 나무 밑에서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