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별’ - 오세영(1942~ ) 초록별’ - 오세영(1942~ ) 해오라기, 뜸부기, 물떼새 모두 떠나고 강물조차 얼어붙은 겨울 어스름, 빈들엔 갈대 홀로 어두운 하늘을 향해 낡은 하모니카를 분다. 허수아비, 허수아비 마른 어깨너머 하나, 둘 돋아나는 초록별. 이룬 건 없는데 벌써 새 달력 부산히 오가는 계절. 겨울 어스름 녘 시인은 왜 .. 詩가 있는 아침 2009.12.09
[삶의 향기] 시인 신현정 선생을 기리며 [삶의 향기] 시인 신현정 선생을 기리며 시 전문지 ‘현대시학’ 11월호에는 한 달여 전 작고한 신현정 시인의 추모 특집이 실렸다. 시인들이 쓴 추모의 글을 찬찬히 읽었다. 윤석산 시인은 시인의 집을 방문했던 일을 회고했다. 마루 의자에 앉아 있던 시인이 방으로 들어가 문학지 몇 권을 가지고 나..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밤나무 아래 서다 [삶의 향기] 밤나무 아래 서다 골목 담장 안에는 석류가 익고 있다. 고운(孤雲) 최치원이 지은 ‘석류’라는 제목의 시가 생각난다. “뿌리는 진흙 사랑 성품은 바다 사랑 / 열매는 진주 같고 껍데기는 게 같아라. / 새콤달콤한 고것 언제나 맛볼까 / 잎 지고 바람 높은 시월이라네.” 석류가 얼른 익기를..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가을바람 [삶의 향기] 가을바람 “저리도록 쓸쓸한 가을바람 / 밤 깊어가도 잠은 안 와 / 저 벌레는 어이 그리 슬피 울어 / 나의 베갯머리를 적시게 하나.” 한국 근대불교의 고승 경허 스님이 쓴 ‘슬픔’이라는 시이다. 요즘 나는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 시를 들여다보고 있다. 처서 지나고 바람이 바뀌었..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참깨꽃 가게 [삶의 향기] 참깨꽃 가게 요즘은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한 시간 남짓 걷고 있다. 함께 걷는 동네 사람들은 대개 나보다 연세가 많다. 늙은 부부도 있고, 모녀도 있고,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는 분도 있다. 아침 산책의 맛은 조용함에 있다. 아침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은 천천히, 묵묵히 걷는다. 이슬은..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여름 산사 [삶의 향기] 여름 산사 며칠 전 절에 다녀왔다. 지게에 뭔가 점점 더 많은 짐을 싣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러다간 한 걸음은커녕 일어서지도 못할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막 부린 뒤끝이었다. 마음이 급체한 듯했다. 그래서 여름 산사를 찾아갔다. 여름산은 몸이 건장했고, 숲은 빼곡..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오는 봄을 나누세요 [삶의 향기] 오는 봄을 나누세요 “공간에서 대지를 향해 손을 내밉니다/ 길들이 멀리 들판으로 나서 들판을 보여줍니다/ 별안간 그대는 대지가 상승하는/ 표시를 봅니다”라고 쓴 릴케의 시 ‘이른 봄’이 생각날 정도로 날씨가 제법 푸근해졌다. 대낮에는 땅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정도다. 한 .. 수필(신문칼럼) 2009.12.08
[삶의 향기]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삶의 향기]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새해 달력을 내건 지 벌써 열흘이 되었다. 흐르는 물처럼 매번 시간은 오고가고, 오늘 아침은 벽두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하루 동안의 마음을 지키는 수의(守意)나 새롭게 마음을 먹는 작심(作心)이나 주먹을 꼭 쥔 마음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새해 벽두에 .. 수필(신문칼럼) 2009.12.08
내 사랑은’ - 이향지(1942~ ) 내 사랑은’ - 이향지(1942~ ) 내 사랑은 길고 깊은 골절의 와중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우족을 씻고 있는 남자의 물 묻은 손등 위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젖은 홍화씨를 볶고 있는 남자의 구부정한 어깨 위 뜨거운 솥 안에서 하염없이 휘둘리고 있는 나무주걱의 자루 끝 첫 행을 읽고 그 흔하고 흔한 아픈.. 詩가 있는 아침 2009.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