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녀의 쇼핑 이야기/최금진 독신녀의 쇼핑 이야기/최금진 남자를 사야겠어 비염을 앓는 남자, 수상한 냄새를 못 맡는 뚱뚱하고 볼품없고 재고품 속에 섞여있는 남자 딱딱하게 냉동된 그런 남자를 카트에 담아 삼 개월 카드 할부로 사고 싶어 퇴근하고 돌아와 냉동실에서 한 서너 시간 두었다가 꺼내면 영문도 모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10.22
레드와인/고미경 레드와인/고미경 심장이 지구본처럼 기울어지는 날들이에요 혼자 술 붓는 밤이면 나는 밀바의 목소리에서 서랍 속의 바다를 꺼내보다가 먼 지중해까지 흘러가요 올리브나무 우거진 숲으로 가지 못한 나의 새가 혼자 울고 있어요 나목의 꼭지점에 앉아 날카롭게 울어요 추운 별들이 숲으..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10.22
쓸쓸해서 머나먼/최승자 쓸쓸해서 머나먼/최승자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10.12
한려수도의 유람선이 말했다/장영수 한려수도의 유람선이 말했다/장영수 벚꽃 만발한 사월이라는 것이 왠지 조금은 언짢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나, 유람선은 부두를 떠나간다 울긋불긋 승객들을 싣고서 나, 유람선은 뱃길 따라 남해 바다를 가른다 일단의 여유 한가로움에 잠긴 이들 혹은 멀리서 온 듯도 싶은 이들을 흔들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10.12
다시 누군가를/김재진 하루 한 편씩 시를 써 보면 문장력 향상에 익숙해지겠지요. 편하게 연습이라 생각하고 하루 한 편씩, 때로는 시간되는 대로 댓글로 써 보려 합니다. ------------------- 다시 누군가를/김재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09.14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이외수 하루 한 편씩 시를 써 보면 문장력 향상에 익숙해지겠지요. 편하게 연습이라 생각하고 하루 한 편씩, 때로는 시간되는 대로 댓글로 써 보려 합니다. -------------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이외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09.10
태백에서 칼국수를 먹다/우대식 하루 한 편씩 시를 써 보면 문장력 향상에 익숙해지겠지요. 편하게 연습이라 생각하고 하루 한 편씩, 때로는 시간되는 대로 댓글로 써 보려 합니다. -------------- 태백에서 칼국수를 먹다/우대식 영주에서 동해로 가다가 태백 작은 마을에서 국수를 먹었다 우뚝우뚝 산 아래 그늘진 마을 눈..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09.09
비밀정원/김백겸 비밀정원/김백겸 정원의 입구가 드러났다 입구 안에는 황금사과가 새벽의 어둠 속에서 빛났다 곧 사라질 신비를 향해 심장이 두근거렸고 발걸음을 멈춘 내 자아를 늙은 역사가 호기심으로 쳐다보았다 늙은 역사가 내 뒤를 따르면 비밀은 새 이름을 지울 것이 분명했다 정원의 입구를 그..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09.07
환한 걸레 / 김혜순 환한 걸레 / 김혜순 물동이 인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저 아래 우물에서 동이 가득 물을 이고 언덕을 오르는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땅 속에서 싱싱한 영양을 퍼올려 굵은 가지들 작은 줄기들 속으로 젖물을 퍼붓는 여자들 가득 품고 서 있는 저 나무 아래 누워 그 여자..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08.28
구두코에 걸린 달빛이 흐리다 / 하봉채 구두코에 걸린 달빛이 흐리다 / 하봉채 하룻밤이면 달이 차겠다 비우는 일만 남겠다 곁눈질 모르고 달렸어도 여전히 의문투성인 불혹의 세월 강가를 서성이다 구두를 벗는다 조심스럽게, 강물도 호흡을 멈춘다 온쉼표 하나 없던 일상으로 굽이 낮아지고 한쪽으로 기우는 구두 가죽이 닳..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