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속의 혼잣말 / 이순훈 그루잠 속의 혼잣말 이순훈 분명히 핸들을 잡고 있었어. 한 순간 휘황한 불꽃이 터지면서 무시무시한 충격의 폭발음이 들렸던 것도 기억나. 그리고는 정신을 잃고 망각의 세계로 휩쓸려 들어갔던 걸 거야. 그럼 지금 나라는 존재는 생명일까 아니면 영혼일까. 어느 세계, 어디만큼 들어와 한 줄기 의식.. 중단편 소설 2010.03.06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 와인의 눈물[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중앙일보] 와인의 눈물 배명희 *와인이 담긴 잔을 흔든 다음에 그대로 두면, 얇은 막이 형성되어 눈물같이 밑으로 흘러내린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눈물이 많이 흐른다. 와인 잔을 흔든 다음 그대로 두면 얇은 막이 여자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창 밖에 어둠이 내.. 중단편 소설 2010.03.06
2007 부산일보 신춘문예 - 단편소설 2007 부산일보 신춘문예 - 단편소설 옷들이 꾸는 꿈 (1) 가게를 가득 메운 옷들이 열대우림 나무처럼 자란다 아빠가 떠나고 내가 떠나면 엄마 옷과 함께 시간을 견딜 것… 1 바람 없는 날이다. 그림자마저도 제 주인에게 바싹 붙어 정오의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태양이.. 중단편 소설 2010.03.06
[2007 동아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작 ‘…한글나라’ - 이은조 2007 동아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작 ‘…한글나라’ - 이은조 유아용 한글 카드다. 콘크리트 칸막이 기둥마다 붙어 있는 네모난 카드는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다. 엽서 크기만 한 카드 왼쪽에는 굵은 명조체로 ‘가’가 써 있고, 그 옆에는 가위가 그려져 있다. 글자의.. 중단편 소설 2010.03.06
무진기행 /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里程碑) 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분 후에 도.. 중단편 소설 2010.02.07
[2005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검은 불가사리 / 지하 [2005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검은 불가사리 / 지하 ▶ 그림=강경구 ……여기 앉으면 되나요? 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기분이 어떠냐고요? 네, 아주 좋아요. 왜냐하면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났으니까요. 그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선생님이 이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시라고.. 중단편 소설 2010.02.07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 - 카리스마스탭 / 김애현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 카리스마스탭 김애현 피팅룸 앞에 선다. 문에 붙어있는 전신거울은 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다. 거울 앞으로 바짝 다가선다. 새로 산 오렌지색 아이섀도는 펄이 너무 많이 섞인 것이 흠이다. 펄감이 짙으면 입고 있는 옷보다 반짝이는 두 눈에 고객들의 시선이 집중되.. 중단편 소설 2010.02.07
<1993년 제38회 현대문학상 수상작>꿈꾸는 인큐베이터 / 박완서 <1993년 제38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꿈꾸는 인큐베이터 / 박완서 동생의 전화 목소리는 속사포처럼 빨랐다. 충분히 상냥했고 응석이 깔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답할 틈을 전혀 주지 않았기 때문인지 명령조로 들렸다. "그럼 언니 부탁해, 어머머 큰일 났다. 오늘 직원조횐데 또 교장 눈총 맞으면서.. 중단편 소설 2010.02.07
신경숙 소설 - 딸기밭/신경숙 딸기밭/신경숙 지금 나는 내 삶을 잊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미 나의 내부에서 망각이 진행되기 시작했음을 느낀다. 오늘, 강의실에 들어가서는 삼십 분도 넘게 진땀을 뺐다. 이미 타계한 시인. 나는 그 시인의 시세계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음에도 오늘 그 시인의 이름이 내내 떠오르지.. 중단편 소설 2010.02.07
200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자양강장제 / 정영 자양강장제 정 영 밑턱구름이 법원건물 송신탑 허리께 나앉아 있다. 뒷짐에서 선주먹이라도 꺼내 한바탕 객기를 풀 태세로, 막소주에 흠뻑 절은 번화가의 휴가병처럼 곧 무슨 심술이라도 부릴 것만 같다. 아내의 가출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김수길 변호사 사무실의 창문은 수자와 길자가, 변자와 호자.. 중단편 소설 2010.02.07